<감기의 앨범 리뷰> 덕분에 내 귀는 완연한 가을

김진무 <Dear My Baby>

by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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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다. 출근길에 긴팔 겉옷을 챙겨 입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밤이 내리면, 사람들은 창문을 닫고 잠자리에 든다. 가을이다.


계절이 바뀌면 듣는 음악도 변한다. 뜨거운 여름 햇살 같은 음악들. 조금은 요란하고 수선스런 그 음악들은 잠시 떠날 채비를 갖춘다. 대신 가을바람을 닮은 음악들이 입장을 준비한다. 맑고 고요한 표정으로 듣는 이의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음악들이다.


지난 5일 발표된 작곡가 김진무의 피아노 솔로 앨범 <Dear My Baby>도 입장 대기 중이다. 사람들은 문을 열어줄까.


나는 기꺼이 문을 열었다. 덕분에 내 귀는 완연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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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는 총 5곡이 담겨있다. 타이틀곡인 첫 번째 곡 When I First Met You는 설렘이 흐르는 곡이다. 은근한 두근거림과 홍조가 건반 터치마다 피어난다. 어느 가을 어떤 이와의 첫 만남을 추억으로 간직한 사람이라면, 이 곡을 아끼게 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번째 곡 Mamma는 조금 기묘한 곡이다. 전체적으로 달콤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중간 중간 애잔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맘마는 이탈리아어로 어머니라는 뜻. 혹 어머니를 생각하고 만든 곡인 걸까. 자식을 보며 밝게 웃는 얼굴과 자식 탓에 굽은 등이 공존하는 우리들의 어머니. 듣다보면 만들어진 사연이 궁금해진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곡 While You Dream. 밤에 꾸는 기분 좋은 꿈을 연상케 한다. 동시에 미래를 보고 설계하는 개개인의 꿈을 응원한다는 느낌도 든다. 지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어보면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Papa는 수록곡 중 개인적으로 가장 끌리는 곡이다. 가을비를 닮은 비장미와 원숙함. 다른 곡들에 비해 튀는 곡인데, 앨범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줘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 클래식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곡가이니만큼, 차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같은 웅장한 스케일의 편곡이 기대되는 곡이다.


마지막 곡 Lullaby(자장가)는 제목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곡이다. 아마 성인이라면 이 곡을 들으며 잠들 수는 없을 것이다. 무언가, 그러니까 우리의 밤을 풍성하게 만드는 추억과 감정 등이 천장에 그려질 테니 말이다.


다시 앨범 제목을 들여다본다. <Dear My Baby>.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피아노로 표현했습니다.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아이를 품에 안고 재울 때의 느낌 등을 담았습니다”라는 앨범 설명도 그렇고, 혹 태교 음악으로 오해를 사진 않을까 싶다.


물론 태교에도 좋을 앨범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런 기능성 음악으로 흘려들을만한 앨범은 분명 아니다. 그러기엔 음악이 자아내는 떨림이 너무 크다. 마치 가을밤 같다.


좋은 음악이 묻히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문을 열어주길.


특히 가을을 가을답게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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