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산책_3> 사진은 타이밍이지. 인생도 그렇고

이태원

by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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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산책_3> 사진은 타이밍이지. 인생도 그렇고.


소년과 소녀가 계단에서 놀고 있다. 계단 위엔 마치 페인트로 칠한 듯 드문드문 빛이 내린다. 아이들은 즐거워 보인다. 둘은 남매일까, 아니면 친구일까.


소녀는 뭔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하늘로 뻗고 있다. 이상하다. 그 위엔 아무 것도 없을 텐데.


아니다. 어쩌면 어른에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눈은 어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니까.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의 그것을 자주, 그리고 쉽게 뛰어 넘곤 한다.


얼마 전, 이태원을 걷다 찍은 사진이다. 제법 재미난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더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소년은 저 좁고 높은 계단에서 물구나무를 섰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완벽한 물구나무는 아니었는데, 하여간 그 대범한 모습은 놀라웠다.


하지만 촬영에는 실패했다. 아이는 금방 똑바로 섰고, 내 손은 느렸다. 또 한 번 물구나무를 서지 않을까 싶어 조금 기다렸지만 두 번은 없었다. 아쉬웠다.


역시 사진은 타이밍인가?


그러고 보면 뭐든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살면서 겪어왔던 순간들. 그러니까 그때 그 순간, ‘타이밍 좋게’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일을 겪지 않았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뭐라도 하며 살고 있겠지만, 글쎄.


그저 감사하며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타이밍 좋게 찾아온 여러 순간들에 대해서.


물론 사진도 인생도 타이밍이 다는 아니다.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이 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찍고 또 살아간다. 다들 그렇겠지만, 가끔은 새로운 타이밍을 기다리기도 하고, 좋은 타이밍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충 내려 보는 오늘의 결론.


타이밍을 잘 잡자.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혹은 오지 않더라도 좌절은 금물. 다른 타이밍을 기다리거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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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다시 걸었다. 어느 골목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인간 주제에 기특한 생각을 했군.


무심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을 찍었다. 타이밍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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