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_5>

마징가

by 감기


마징가 세대가 아니다. 원작이 일본에서는 1972년, 한국에서는 1975년 처음 방영했다고 하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징가를 안다. 생김새는 물론, 로켓처럼 발사되는 주먹하며, “기운 센 천하장사”로 시작하는 주제곡도 아마 적당히 흥얼거릴 수 있으리라.

이런 마징가를 우리는, 옛날 옛적 어린이를 위한 만화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마징가의 세계엔 우리가 잘 아는 ‘마징가Z‘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살펴보면, 상당히 방대하고 복잡하다. 그 계보 안엔, 어린이에게 보여주기엔 꺼려지는 작품도 존재한다.

원작자인 나가이 고의 성향이 그렇다고 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에로, 그로테크스, 넌센스로 유명하다고.

마징가에 대해 살피다 보면, 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힘‘

마징가의 공식 설정이다. 풀어 말하면, 쓰는 사람의 마음과 의지에 따라 선 또는 악이 될 수 있는 강대한 힘이다.

현실로 치면, 과학, 핵에너지, 정치권력쯤 될까. 여하튼 이 철학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마징가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힘. 보통의 우리에겐 사실 너무 먼 얘기다. 신이나 악마는커녕, 평범한 자연인이자 경제인으로 살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강대한 힘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작은 힘 정도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내 경우에는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능력(힘)이 조금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걸 선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말이다.

마징가만큼의 영향력은 없겠지만, 뭐 그래도 악하게 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힘의 이기적인 사용보다는 훨씬 더.

주먹을 치켜 든 마징가를 보며 생각한다. 내 작은 주먹은 지금 어디를 향해 있나. 그리고 내일은 어디를 겨냥할까.


글&사진 김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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