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_6>

렌즈캡

by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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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찍어본다는 그 사진.


바로 ‘렌즈캡’ 사진이다.


우연히 12년 전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수동 기능이 지원되는 카메라를 처음 샀을 때 찍은 사진이지 싶다.


기종은 DX7590. 지금은 이름만 남은, 코닥의 하이엔드 카메라다.


지금 내겐 없지만 사연이 많은 카메라다. 언젠가 이야기할 날이 올까.


렌즈캡을 찍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증. 새 카메라, 새 렌즈가 생기면 누구든 그 순간을 기념하고, 또 자랑하고 싶어 한다.


다른 하나는 뭘 찍어야할지 몰라서.


사진을 오래 찍어온 사람들은 찍을 거리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때론 만들어낸다. 물론 늘 고민이야 하겠지만.


반면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쥔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어디 가서 뭘 찍어야할지 갈팡질팡한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 글감을 찾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보통 자기 주변의 것들을 찍는다. 책상 위에 있는 것, 방안에 있는 것, 주머니와 가방에 있는 것 등등.


렌즈캡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피사체다. 손에 들면, 모처럼 산 비싼 카메라의 아웃포커싱을 실험하기에도 좋다. 당연히 찍을 수밖에.


나도 비슷한 이유로 저런 사진을 남긴 것 같다. 아마 공원 벤치인 것 같은데, 카메라를 들고 나가 뭘 찍을까 두리번거리다 찍었지 싶다.


조금 거창하지만, 내 사진 인생의 출발점이 되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보기엔 볼 품 없지만 내겐 의미가 있는 사진이다. 소장하기로 한다.


글&사진 김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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