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폭식이 누적된 결과 뱃살이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본격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이다. 먹는 것에 단호해져야 하므로 시작이 쉽지 않다. 그래서 다이어트 준비기간을 두기로 한다. (응?)
이 기간동안 집안에서 나를 유혹하는 모든 먹거리를 먹어서 없애기로 한다. (???) 물론 앙칼지게 다 버려도 되지만 난 본전심리가 센 사람이다. 맛을 포기하는 길에 들어서기 전, 사둔 것들의 맛을 회수해보자. 이것이 본전의 길.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안 먹을 것이므로 좀 먹어도 된다. (글쎄...?)
나를 유혹하는 음식은 사실 장 볼 때 한 번 걸러진 녀석들이다. 대놓고 불량하거나 살찌는 과자와 초콜릿 류는 아니란 소리다. 내가 들이는 유혹식품은 몸(다이어트)에 좋은지 안 좋은지 긴가민가한 녀석들이다. 아래 목록에 왜 햇갈리는지와 어떻게 처먹게 되는지를 적어보았다.
1. 브리치즈
말랑말랑하고 살짝 쫀쫀 질겅한 식감과 미미한 쿰쿰함을 애정한다. 치즈라고 하면 전통 식품같고, 가공과정에 서 인공조미료를 거의 첨가하지 않은 건강 식품 같다. 나는 브리치즈로 파스타 해먹는 걸 좋아한다. 방토, 브리치즈, 바질, 다진마늘로 10분만에 만들 수 있는, 시간 대비 맛 보장 파스타. 건강한 별미다.
브리치즈에 꿀을 발라먹는 것도 좋아한다. 말캉한 식감과 꿀의 달콤함, 꿀향에 브리치즈 향으로 점 하나 찍으면 꿀떡꿀떡 계속 넘어간다. 지방과 당, 두마리 악마의 조합이다.
장을 볼 때는 파스타 80, 치즈 꿀 20의 비율로 먹어야겠다 다짐하고 사지만 결국 치즈 꿀 95에 파스타 5의 비율인 것 처먹는다. 파스타는 10분이래도 요리라 귀찮다. 브리치즈 바른 꿀 너무 간단하고 중독적이고. 어느새 꿀발라 먹을 줄 알면서도 파스타 해먹을거라고 스스로에게 우기며 브리치즈를 사재꼈다.
2. 캐슈넛
캐슈넛은 견과류다. 자연식품이니 몸에 좋을 것이다. 견과류는 불포화지방과 섬유질,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여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효과적이며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구글 발췌) 많고 많은 견과류 중에 캐슈넛을 가장 선호한다. 아몬드는 딱딱하고 피스타치오는 까먹기 귀찮고 호두는 쓴맛이 별로다. 캐슈넛은 굳기도 고소함도 딱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수프를 만들 때 크리미한 식감을 내기에도 좋다. 문제는 많이 먹어서다. 하루 적당 권장량은 30g, 한 줌이라는데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다보면 200g 봉지의 반이 거덜나있다.
3. 라들러 0%
서른 후반이 되니 술이 후달린다. 맥주 한 캔만 먹어도 잠이 그렇게 온다. 탄산음료를 먹자니 너무 달다. 그렇게 찾은 타협점이 무알콜 맥주. 라들러는 탄산음료보단 덜 달고 맥주느낌은 나면서 알코올은 없다. 맥주 대용으로 적당하다. 나는 이 '적당함'이라는 특징이 마음에 든다. 알코올이 없어 내가 뭔가를 포기했음에 으쓱할 수 있고, 알코올이 없어 만족도가 최대 80 정도라 으쓱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음료를 먹을 때의 몹쓸 버릇이다. 뚱캔 라들러는 330ml인데 끼니를 다 먹어도 남는다. 그럼 버리던가 안주없이 마셔야한다. 둘 다 싫어하는 짓이다. 그 중 덜 싫어하는 것은 안주를 추가해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남은 무알콜맥주와 캐슈넛을 집어먹고 브리치즈에 꿀을 찍어 먹는다. 그러다 안주가 애매하게 남으면 라들러 하나를 더 깔까 고민하게 되는데...
준비기간에 위의 식품들을 얼추 다 먹어치웠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시작해도 되는데 오늘 집에 오신 손님이 미니케익을 사오셨네. 준비기간이니까 와구와구. 먹은 김에 아이들과 만든 쿠키도 좀 냠냠쩝쩝. 그래도 준비기간이라고 야식은 안 먹고 있다. 그나저나 남편의 과자 보물창고에 이젠 안 먹을 것 같다는 녀석들이 좀 있다. 이것까지 다 먹어야 준비기간이 끝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