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의(定義)를 만드는 중

도전 : 군것질 안하기 10일차

by 전푸른

오늘은 두 번의 예정된 고비가 있었다. 첫째는 오후 한 시의 프로젝트 미팅. 동료 무랏과 생일이 같아 그는 파이를, 나는 귤을 가져가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생일자가 달콤한 파이를 가져오는 것이 관례다. 가보니 PL(프로젝트 리드)도 올해 마지막 미팅이라며 쿠키와 초콜릿을 준비했다. 절대 안 먹을거란 마음의 준비를 해서 그런지 전혀 먹고싶지 않았다. 무랏이 파이를 권했는데 손사레를 치며 웃는 얼굴로 거절했다. 안 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한다.


두 번째는 4시부터 시작된 연말파티. 크리스마스 주는 대부분 휴가를 쓰기 때문에 그 전 주가 대부분 마지막이다. 그 중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 화요일로 파티 날짜를 주최측에서 몇 주 전에 잡아두었다. 초콜릿, 칩 같은 마트표 주전부리부터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뜨끈한 튀김류, 과일, 무알콜 맥주까지 푸짐한 음식이 준비되었다. 이전 같으면 종류별로 다 맛보려고 했을 것이다. 뜨끈한 튀김은 뜨끈할 때 많이 먹다가 니글니글 했을 것이다. 작년에 그래서 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유혹적이지 않았다.


내가 나를 군것질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한지 10일만에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처럼 군것질을 거절하는 일이 반복되면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군것질 하지 않는 사람으로 재 인식하겠지?


나는 비흡연인이고, 마약을 하지 않고, 도박을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너무 당연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머쓱한 나의 좋은 정의들. 이런 것처럼 나는 군것질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원한다. 10일째에 그런 정의에 걸맞는 느낌이 뭔지 조금 느꼈다. 지금은 좀 우쭐한 기분이 드는데 100일이 지난 후에는 머쓱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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