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할 용기

도전 : 군것질 안하기 11일차

by 전푸른

마의 10일을 넘기니 오만한 마음이 든다. 군것질 같은 건 이제 손도 안댄단 말이야. 훗. 아침도 수월히 걸렀다. 재택근무하다 아이들 데리러 12시 쯤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을 만나 마트에 갔다. 마트에서 사온 빵을 애들 먹이고 나는 며칠 전에 산 남은 빵을 우적우적 먹었다. 아침을 굶고 먹는 점심이라 생각하니 더 먹어도 될 것 같다. 손님상에 내고 남은 고구마 샐러드를 발라먹고 치즈를 올려 먹었다. 밀도 높은 빵인데 다섯 조각은 먹은 것 같다.


첫째 유승(9세 남)이는 마트에서 만난 친구 카이토를 보더니 둘이 쑥덕였다. 친구집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는다. 카이토 엄마랑 우리집? 너희집? 하다가 이번엔 카이토 집에서 놀기로 했다. 카이토 집은 학교에서 멀다. 다음에 우리집에 오게되면 카이토 엄마가 학교에 오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랑 가빈(7세 여)이랑 3시 넘어서 유승이를 데리러 갔다. 9km 되는 거리인데도 자전거 타고 갈까 물으니 좋단다. 가빈이가 자전거를 타야 돌아오는 길에 유승이를 내 뒤에 태울 수 있다. 구글 어플로는 30분이랬는데 어린이 자전거 쫓아가니 50분은 걸린 것 같다. 그 속도로 천천히 되돌아왔다.


마트에 들러 점심에 다 먹은 치즈를 샀다. 내일 가빈이 도시락. 달달한 글루와인이 보여서 그것도 샀다.


저녁은 어제 흑백요리사보고 꽂혀서 만든 고등어덮밥이었는데 짜게 되어서 먹으며 고통스러웠다. 근데 왜 끝까지 먹었지? 안 먹던 와인도 곁들여 먹으니 알딸딸해서 좋긴 한데 술먹는 습관이 들까봐 걱정이다.


안 먹던 와인을 먹고, 맛없는 밥을 끝까지 먹고, 별 생각 없이 빵을 배터지게 먹는다. 나는 왜 내가 잘 되는 꼴을 못 볼까? 조금 잘 될라고 하면 왜 다른 곳에서 망가져서 균형(?)을 맞추려고 할까?


낮에 잠깐 군것질 도전 다음 단계를 생각해봤었다. 식사인증샷을 찍고 그것만 먹는 건 어떨까, 설탕/밀가루/가공식품/술을 안먹는 도전으로 격상해볼까. 이런 찰나의 생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는 생각 못하게 나를 망치는 방식으로 내가 나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 도전을 더 어렵게 해야 할지, 지금까지 해온 도전을 그저 이어가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더 빡세게 살려다 수포가 된 적이 많아서 생기는 자기보호 같은데,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하기엔 이 도전이 시시해지는 기분이다.


이럴때 자기계발서에서 읽은 걸 돌아보면, 내가 생각하는 나는 과거의 나를 참조한 것이기 마련이고,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사실 상관이 없으므로 원하는 나에게 맞게 행동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그러고 싶은데 자꾸 망설여진다. 망설이니까 망설임이 더 커지는 것 같아서 조만간 도전의 강도를 늘리게 될 것 같기는 하다.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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