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어렵게

도전 : 군것질 안하기 12일차

by 전푸른

어제 남편과 두 아이에게 외면받은 카레를 점심과 저녁으로 먹었다. 백세카레 가루가 모자라서 한인마트에서 산 레토르트 인도카레를 넣었더니 다들 싫단다. 큐민 향이 싫은가보다. 맛을 모르는 바보들. 이 카레의 킥은 큐민인데.


점심은 11시쯤 먹었다. 오전에 10시쯤 아들(9세)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바지에 실수를 했으니 데려가야 할 것 같다고. 혼비백산해서 짐을 싸고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남편이 재택근무한다는 게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바지와 속옷을 챙겨 학교에 들러 아들을 집에 데리고 왔다. 내가 집에 도착하니 이미 아들은 샤워를 하고 있었다. 창피하진 않았을까 아들 마음이 걱정되었다. 남편이 갔을 때엔 바깥놀이 시간이었고 아들은 교실에서 혼자 그림 그리는데 열중해 있었단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선생님께 귓속말로 상황을 전달하고, 선생님께 받은 여분 바지로 가라입고 침착하게 아빠를 기다렸단다. 실수를 자아와 분리할 줄 아는 녀석이 무척 현명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씻고 나온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길래 도시락으로 싸간 카레를 먹었다. 오후엔 집에서 일을 하고 아이들을 방과후 기관에서 데려와 저녁을 또 카레를 먹었다. 이쯤에서 멈추면 완벽한 하루인데. 사실 아침엔 설탕/밀가루/가공식품/술도 멈추는 도전을 하기위해 오래된 빵 세 조각을 버렸다. 저녁엔 같은 목적으로 술을 먹어서 없앴다. 아침엔 내 안의 강한 나가 기세등등하고 저녁엔 내 안의 관성이 활개를 친다.


어쨌건 이제 집에 빵도 술도 없으니 핑계는 없다. 한 번 해보자. 매일 기록하는 이 시간이 나를 12일이나 군것질을 먹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얼마나 나은 인간으로 만들지 모를 일이다. 나도 군살없는 몸으로 옷태 뽐내며 예쁜 옷들 입어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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