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와밥풀 Mar 26. 2018

동시빵가게

35. 동시빵 맛보기 - '연꽃 밭에서'

그림 -김은오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이다. 봄날 아침, 탁한 소식에 마음이 어지럽다. 그래도 베란다의 나무와 풀과 꽃들은 “물도 적당하고 햇빛도 적당하고…” 맑은 향기와 고운 빛깔로 봄의 소곡을 들려준다. 법열이 이런 것일까. 마음 깊은 곳에서 환희가 일어난다.  


시인의 법열은 연꽃 밭에서 일어났다. 聽開花聲 들을 청, 열 개, 꽃 화, 소리 성. 연꽃 피는 소리 들으러 갔다 정작 연꽃 피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개구리 울음소리, 이슬방울 소리, 연잎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했지만 때 묻지 않은 그 소리들이 연꽃 터지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세상 소리가 아닌 소리들로 귀는 이내 깨끗하게 씻어지고, 마음에는 기쁨이 차고 넘쳤겠다. 바람이 실어온 연잎 향기는 또 얼마나 황홀했을 것인가. 이미 충분하므로 연꽃 피는 소리 듣지 못해 아쉬울 것 없었으리. 


연 밭에 배를 띄우고 연꽃이 열리는 소리 들으며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는 족속들이 있다. 올여름에는 연꽃 터지는 소리 들을 수 있으려나? 질투와 원망과 탐욕의 소리로 가득한 세상 소리는 그만! 귀 씻으러 가고 싶다. 


https://dongsippanggage.modoo.at/


김미혜 :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아빠를 딱 하루만』『안 괜찮아, 야옹』『꽃마중』,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돌로 지은 절 석굴암』,  동시놀이 이야기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등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동시빵가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