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이야기에 따라 재즈가 흘러나왔다.
다음은 쿨 재즈였다.
중성적 매력의 빌 에반스가
롤모델이라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차분하면서도 열기가 어려 있었다.
이어서 그는 빌 에반스의 섹시함을 닮고 싶다고 했는데,
내내 잔잔한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인지
꽤 도발적인 발언으로 들렸다.
그렇게 그가 들려준 재즈 선율과 이야기들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안 가 나는
톤다운 된 바이올렛 빛의 루주를 쓱 바르고는
오래된 재즈바를 향했다.
도착한 바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고풍스러운 무드의 올드 재즈가 흘러나왔고,
기대했던 대로 그와 들었던 음악들과
느낌이 겹쳐 만족스러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고,
떠나기 전 아껴둔 마지막 한 모금의 위스키를 아주 천천히
마지막 곡과 함께 깊이 음미했다.
그렇다.
그날은 재즈와 사랑에 푹 빠졌던 날이었다.
낮의 햇살과, 책과, 커피와, 이야기와, 향과, 위스키와, 루주와, 밤을
품은 재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