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Winston | Autumn(Album)
얼마 전에 옛날 여자 친구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마침 점심때라 "어때, 밥이라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농담하지 마. 세 번째 아이가 지금 뱃속에 있어. 그럴 시간이 어디 있니?"라고 일언지하에 걷어채이고 말았다. 자유업이란 것도 나름대로 힘든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크랩-그리운 80년대의 추억'
여름은 섹스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 나니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 맥주나 마시는 게 좋아졌다.
-70p
마지막으로 이 글과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를 두 가지 해보자. ①Walkman의 복수형은 무엇일까? 답은 Walkmen이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틀림없다. '워크맨을 듣고 있는 소년들'은 The boys who are listening to Walkmen'이다.
-111p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올드 코카콜라를 구할 수 없을 때는 코카콜라에 땅콩을 넣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땅콩을 넣어 마시기를 좋아하는 분은 충분히 조심하기를…….
-155p
잠깐 훑어봤을 뿐인데도 너무 재밌고, 또 표지 디자인이 너무 정겨워
사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80년대에 미국의 잡지나 신문을 스크랩하고, 그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담은
일종의 '스크랩 리뷰 북'으로, 거의 일기나 다름없다고 봐도 된다.
하루키 본인도 글을 쓸 때 아주 수월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일기 같은 글이 어쩌면 이리도 흡입력이 강할 수 있는 건지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스크랩한 기사들도 정말 80년대의 추억을 물씬 느낄 수 있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 작가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을 더 관심 있게 읽게 되니
어쩌면 나는 그의 필력보다도 순전히 인간적인 매력에 끌렸던 게 아닌가 싶다.
(그가 작가가 되지 않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인기를 얻지 않았을지..)
그건 그렇고 책 속에는 조지 윈스턴의 음반 <Autumn>에 대한 에스콰이어의 평이 실려 있는데, 꽤 멋지다.
"얼어붙은 1970년대를 견뎌낸 1960년대의 홀씨가 1980년대에 드디어 얼굴을 내밀었다"고 하니..
80년대 추억을 되짚는 책이니만큼, 1980년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듯한 <Autumm> 음반을 들으며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책을 다 읽자마자 suede-beautiful ones가 생각난 건지 알 수가 없다.)
심심풀이 땅콩 같은 책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은 것 같다.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읽고 싶은 책이니, 웬만큼 재밌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책을 읽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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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Winston | Autumn(Alb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