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을 열어보면 무엇이 있나요?

♬이소라 |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by 로제

시스템의 바깥에서 자기 자신의 내적 질서와 부합되는 새롭고 자그마한 시스템을 함께 모색하는 두 사람. …목표를 향해서 헛둘헛둘 뛰어가는 게 아니라, 목표를 지워버린 채로 출렁이는 불안의 요동에 리듬을 맞춰 그렇게 하면 좋겠다.

-김소연,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애호의 세계에서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통해 자신의 본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잃는 대신, 같은 걸 좋아함으로써 소속감을 형성하는 기회를 얻는다. 판에 박힌 것을 싫어하면서도 스스로 판 속으로 들어간다.

-49p


그녀 혼자 김밥이 맛있다는 집을 어지간히 찾아다닌다. 누군가를 데려간들,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다. 어쨌거나 김밥은 김밥일 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그녀는 김밥을 영원히 좋아할 수 있다.

-51~52p


그러나 시시콜콜 모든 것을 보고하고 모든 것을 함께하는 연인이 어떻게 해야 독립된 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실제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독립된 개체로 살다가 사랑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74p



사랑만 제대로 하기에도 바쁘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사랑을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의문이 따라온다.

사랑을 잘하려고 할수록, 생겨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바빠진다.

예를 들자면, 이런 의문들.


가족에게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어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가 따르지만, 이 당위가 사랑이 지닌 위험으로 기울 때가 많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받는 자의 제대로 된 행동인지, 잘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지침들은 거의 없다.

시시콜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연인이 어떻게 해야 독립된 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실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사랑을 충분히 받아온 입장에서는 결여를 입 바깥으로 꺼내어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

"사랑의 의무는 사랑의 소실에 다름 아니며, 사랑의 습관은 사랑의 모독일 테지요"(-이성복)라는 말.

..


'어째서일까?'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통해 사랑에서 파생되는, 편치만은 않은,

하지만 사랑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한 떠올릴 수 없을 생각들을 직면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다,

어디까지 나의 이런 의문을 사랑하는 이에게 말할 수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모든 일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아니다'부터가 오랜 딜레마에 속하니.


이런 의문을 없애버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랑을 회피하는 일일 테지만,

과연 사랑이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랑하는 대상이 옮겨갈지언정 사랑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에,

해결되지 못한 의문 또한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며,

혹은 찾아가기 위해 계속하여 사랑을 해나가는 게 아닐까.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는 간결한 답에 승복할 때까지.

사랑에는 사랑만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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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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