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e Holiday | Crazy He Calls Me
"이런 말이야. 만일 네가 지금의 삶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삶이 너를 바꿀 것이고, 너는 그것을 수용하게 됨으로써 잘못을 저지르게 되지. 나는 그것을 수용했기 때문에 나의 인생을 망쳐 버렸지."
-토니 모리슨, '재즈'
도르카스는 근처의 어디에도 누군가가 클라리넷을 핥고 피아노의 하얀 건반을 간지럽히고 손바닥을 쳐가며 호른을 불어대지 않는 곳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장식용 침대보에 누워서, 몸이 근질근질하도록 행복했다.
-80~81p
아담이 에덴을 떠났을 때, 그는 부자가 되었어, 이브와 함께였었기 때문이 아니라, 남은 일생 동안 그의 입안에는 이 세상 최초로 맛을 본 사과의 맛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 …버석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그 붉은 껍질이 그의 심장을 부수도록 내버려 두었지.
-166p
늘어져 있는 것과 상처가 이제는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도록 하자. 고통스러운 노래가, 그가 있었고 지금도 있을지 모르는 그곳에서 어디로 퍼져나가는지 두고 보자. 나는 치료하지 않을 것이다. 없어진 팔을 찾지도 않겠다. 고통을 신선하게 유지할 것이다.
-195p
토니 모리슨, 그리고 재즈.
처음엔 재즈 뮤지션이 쓴 재즈에 관한 책인가, 싶었다.
왠지 jazzy하게 느껴지는 '토니 모리슨'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재즈 뮤지션이 쓴 것도,
뮤지션이 등장하는 것도, 재즈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언급 없이도 재즈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을 따름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종잡을 수 없다. 예고도 없이 화자가 바뀌고,
차분히 읊조리다가 거세게 휘몰아치며, 끝난 듯하다가 다시 새롭게 알을 깨고 나온다.
10대 연인을 총살한 50대의 조, 조가 아닌 자기 또래를 사랑했던 도르카스, 조의 부인에게 초대를 받은 도르카스의 친구 펠리스..
각 인물의 생은 각각의 다른 목소리로 울려 퍼지고,
그 모든 사연을 알고 있는 듯한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의해 크고 작게 조율되면서
전체의 큰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것만으로도 재즈를 즐길 수 있을 책이다.
책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블랙&레드, 혹은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녹진한 버건디가 아닐까.
결국엔 다 재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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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e Holiday | Crazy He Calls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