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글
'죽음'을 키워드로 말문을 트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가치, 태도를 중요하다 생각하고 계실지 당신의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네요! 저의 경우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꼽은 3개의 키워드가 제 인생의 핵심 가치(평온, 자유, 용기)와 2개나 겹쳐서 참 신기했어요. 그래서 죽음을 키워드로 소통하는 데 있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냐고요? '존중', '용기', '자유' 저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럴 수 있구나', '그럴 수 있지' 다름을 발견하더라도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존중'의 태도가 가장 첫 번째입니다. 이 태도를 약속할 수 없다면 스스로 혹은 저와 같이 죽음을 주제로 작업하는 활동가와 1:1 대화를 하는 게 우선이고 최선이라 생각해요. 존중의 태도를 갖추지 않은 채 '죽음'을 주제로 타인과 대화하려 한다면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고, 좋지 않은 경험으로 기억되어 '죽음'을 주제로 한 소통을 외면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거든요. 밝음과 어두움, 기쁨과 슬픔, 죄책감과 수치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 가치, 경험들이 모일 수 있고, 흐를 수 있는 것이 '죽음'이라는 키워드이기에 가장 첫 번째로 갖추어야 할 태도는 단연 '존중'입니다.
두 번째, 죽음을 소통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용기'라고 생각해요. 말을 트는 사람, 말을 듣는 사람. 소통하는 모두에게 용기가 필요한 주제가 바로 '죽음'이거든요. 마지막 세 번째는 '자유'입니다. 존중을 바탕으로 용기를 내고, 소통이 흐르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떠오르는 기억과 감상을 표현하는 것. 저는 이렇게 세 가지(존중, 용기, 자유)가 죽음을 소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주 내내 곁에 두고 사색의 여행을 함께한 책 『질문의 죽음』은 존중을 바탕으로, 200개의 질문을 용기있게 던지는 책이에요.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설명을 건네며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죽음을 그리며 매일같이 죽음을 생각하는 저이지만 때때로 용기가 희미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질문의 죽음』과 같이 죽음을 키워드로 한 소통을 위해 저보다 먼저, 더 큰 용기를 낸 창작자분들에게 위로, 영감, 에너지를 받곤 한답니다. 그게 하루하루 살아낼만큼의, 오늘의 작업을 해나갈만큼의 용기를 만들어가는 저만의 방법이기도 해요.
누군가는 '그런 걸 왜 해?' 의아해하기도 하고, '그런 걸 해온 사람이 있어?'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런 사람도 있네' 반가워하기도 하지요. 이런 시선들이 제가 뜻을 두는 '죽음', '죽음소통' 분야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분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게 어떤 분야든) 자연스럽게, 당연하고 공평하게 마주하게 되는 시선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나의 취향, 나의 관심, 나의 분야가 뚜렷하고 분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더 많이 보이고,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보여지는 방식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점에서 『질문의 죽음』은 '죽음'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저같은 활동가에게는 용기를 주는 책이고, 관심이 없던 누군가에게는 존중+용기+자유 그 모든 것을 경험시켜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