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여행자

Day 8 로그로뇨-나헤라 28.5km

by ㅇㅁ

오늘도 조금 길게 느껴지는 거리를 걷기로 하였다. 나헤라까지 가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어제 방이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몸이 무겁고 쉽게 지치는 날이었다. 어제 보니 출입문이 잠기기 전 밤에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진 탓일까. 여럿이서 걷는다면 밤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오전 출발 당시엔 흐릿한 하늘.. 비가 올 것 같은 울적하고 해가 뜬 건지 만 건지 싶은 하늘에 강둑을 지났다. 그런 흐릿한 느낌도 멋스러운 강변이었다. 오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평화로운 강 사람들은 이 길을 지나치며 기념사진들을 많이들 찍었다. 나도 연신 셀카를 찍었던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멀리서 마을을 보며 길을 걷자면 시대를 알 수 없이 오래된 여행자가 된 느낌이 든다. 비가 올 것 같더니 걷다 보니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침 무렵 지나가는 마을은 대부분 아직 깨어있지 않은 한적한 곳들이다. 오전에도 거리가 텅텅 빈 것 만 같고, 도착 무렵 점심이 지난 시에스타 시간에도 문을 안여니까 다들 모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다..


논과 밭에서 무엇의 특별함을 느꼈는지 어딘가에서 보았을 법한 풍경인데 뭐가 그리 아름다워 보여서 사진을 이다지도 많이 남겨놓았는지 했던.. 무수한 풀떼기 사진들..

하지만 그 순간엔 모두 다 담아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던 거 같다.

아마도 내가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 특별한 분위기를 다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 아쉽지만..

색감 하나하나에서..이런저런 잡다한 풀이 뒤엉킨 밭 속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오늘도 무수한 밀밭과 포도밭을 지나 목적지까지 걸었다. 아점도 먹고 맥주도 한잔 사묵고..

나헤라 도착
숙소 주변

오늘은 다리가 많이 아팠다. 모기를 한방 크게 물린 듯이 덮고 있는 양말이 여간 거슬리게 아프고 간지럽기 시작했다. 발이랑 발목이랑 다 너무 아파서 나헤라에 도착할 때쯤엔 거의 울기 직전으로 다리를 질질 끌며 도착했다. 어제 발에 물집 잡혀 걷기 힘들어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이런 기분이 었구나.. 아무래도 염증이 생긴 건 아닐까 염려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발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찜질팩을 가지고 가서 붙이고 있었는데, 내일 더 부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나헤라는 마을 뒤편으로 보이는 동산의 깎아진 듯한 무늬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여행지라는 느낌을 물씬 들게 하는 예쁜 마을이었다. 게다가 날씨가 쾌청하고 너무 맑아서인지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한국인 아주머니 두 분이 숙소를 추천해주셔서 그곳으로 갔다. 공립 알베르게는 아니고 사설 숙박시설인데 가격은 약간 있었지만 어제에 비하면 매우 쾌적한 느낌이었다. 한국인 자매 두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여기저기 몸이 아프니 사람이 그립다. 다리는 얼얼했지만 아주머니들을 보니 기분도 좋아졌고, 먹을 건 먹어야 하기에 발을 질질 끌고 두 분과 저녁식사를 하러 이 근방에 소피아라는 중식당에 가기로 했다. 셋이서 세트메뉴로 시켜먹으니까. 훨씬 싸게 먹을 수 있었고, 어제 중국 뷔페만큼 괜찮은 식당이었다. 탕수육이랑 볶음밥과 칠리새우 같은 것들을 먹었다. 어제 물값을 비싸게 받았던 것이 생각나서 음료는 절대 시키지 않는 지혜를 발휘하며.. 짠맛을 듬뿍느끼며 푸짐하게 배를 채웠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을 걸었다. 정말 긴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아직 2주가 더 남았다는 게 행복했다.

돌아가는 때를 생각하면서 괜시리 아쉬워했던 것 같다.

2층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맞은편에 보이는 여행자 그림의 패브릭 포스터가 무척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내일이 기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