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심리 상담의 기억

나를 버티게 한 상담

by purplesky


첫 상담 시작은 7년 전이었다.


남편과 결혼생활, 육아, 양가 어른들까지 날 둘러싼 모든 환경과 주변 사람들이 버거워서 어디론가 무작정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집 근처 상담 센터에 찾아갔다.


상담을 받으며 느낀 건, 상담사로부터 구체적인 방법을 얻고 싶었지만, 상담사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는 거였다.


내가 감정적으로 두서없이 하는 말을 상담사는 듣고 나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상황과 내 감정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7년 전, 첫 상담의 내용은 이랬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직장인으로 살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뭘 몰랐다 싶지만 그땐 그랬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집에서 탈출하듯이 결혼했는데, 결혼 초부터 내 상상과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차라리 퇴사하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했거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을 텐데.


그때까지만 해도 '모범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나는 부모님의 반대(퇴사, 독립)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모님이 대안으로 제시한 '결혼'을 선택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 건강회복과 육아에 전념했는데, 그렇게 멀어지고 싶던 부모님에게 육아, 경제적 도움을 받게 된 아이러니함 속에서 힘들고 괴로웠다.


아이를 낳은 후, 외벌이가 되면서 시댁에서 주는 은근한 눈치와 무시하는 느낌에 며느리로서 의무와 도리를 강요하는 분위기까지. 남편은 일하느라 정신없었고 어딜 봐도 내 편이라곤 없어 보이던 때였다.


결혼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나에게 상담사는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 같으니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살아남을 선택을 하기 때문에, 아마도 과거의 내가 내린 대부분의 결정이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거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건강 문제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에도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도 했다.


다만, 부모님이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내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고, 내가 회복되면 그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넓혀가도 늦지 않다고.


그 당시엔, 그저 그런가 보다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그 상황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준 한 줄기 빛과 같은 얘기였다.


과거의 내 선택에 후회나 자책이 덜어지기도 했고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결국 내가 ‘살기 위해서’ 그랬을 거란 말이 위로 아닌 위로가 되었다.


상담사가 보기에도 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고 내가 선택한 방법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였던 걸까 싶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상담을 받다 말다 하다가 최근에 상담을 재개하면서 첫 상담의 기억이 떠올랐다.


7년 전 상담에서 그때 내가 기대한 답은 얻지 못했다. 상담 후에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지만 덕분에 내 삶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놓지 않고 버틴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내 삶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싶어서 상담사를 찾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상담사 말대로 나를 놓지 않고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상담을 하러 간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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