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지금이 딱 좋다.

by 퍼플수니


언제나 내 품 안에서 내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 같던 나의 아이들이 어느새 장성하여 각자의 가족을 이루고 나면 몸도 마음도 기력이 쇠한 노인이 될 나.


그때쯤이면 언제나 두려울 것 같던 죽음이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될 테지만 그렇다고 미련 없이 나의 삶을 놓아도 될 만큼의 마음의 준비는 여전히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후회만 하는 동물이니까.


시끌벅적 언제나 조용할 날이 없던 우리 집.

하루에 수십 번을 엄마를 불러대던 아이들에게 엄마 좀 그만 찾고 알아서 하라며 지지고 볶던 우리 아이들과의 추억이,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나의 편이 되던 반려자와의 시간들이 그때면 더 그립고 소중할 테니까.


이때는 그러지 말고 다르게 해 볼걸. 저때는 참 좋았는데 즐기지를 못했네 바보같이. 그때는 정말 젊고 예뻤는데 지금은 너무 늙었지. 이 힘든 시간이 지나면 앞으로는 좋아지겠지. 근데 언제쯤 좋아질까. 좋아지긴 할까? 후회만 하느라 또는 걱정 속에서 행복한 미래만 꿈꾸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딱 그런 나를 위해.


그래서 미리 써보는 아흔 살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