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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과 실행 사이에서

제14화. 큰 그림과 작은 발걸음 사이의 균형

by Alicia in Beta


멀리 보되, 당장의 한 발도 내디뎌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리더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힌 질문은 두 가지였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죠?

그래서 지금 당장 뭘 해야 하죠?


처음에는 이 두 질문이 전혀 다른 차원의 것처럼 보였다.

방향을 이야기하면 팀은 막막해했고, 실행만 강조하면 팀은 지치거나 회의적이 되었다.

둘 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매 순간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지는 늘 고민이었다.


특히 투자사 앞에서는 1년, 3년 후의 그림을 그려야 했고, 사무실에서는 내일 당장 배포할 기능을 정해야 했다. 제품을 피벗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큰 그림과 작은 발걸음이 동시에 필요했다.


외부를 향해서는 비전과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말해야 했고,

내부를 향해서는 오늘부터 무엇을 진행할 건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했다.


나는 때로는 실행에만 몰두하다가 우리가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팀의 질문에 막히기도 했고, 또 어느 때에는 방향을 그리느라 정작 오늘 당장 할 일을 놓치기도 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마다 팀은 흔들렸다.


돌아보면 방향과 실행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개념도 아니었다.

방향은 실행을 납득시키고, 실행은 방향을 살아 있게 만든다. 리더는 이 둘을 잇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습관들을 만들었다.

실행 계획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큰 그림과 연결 지었다.

큰 그림을 이야기할 때는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끌어내렸다.

회의 자리에서 "이건 실행 이야기인가, 방향 이야기인가?"를 먼저 구분했다.

이 단순한 구분만으로도 팀의 혼란이 줄고, 대화가 명확해졌다.


결국 중요한 건 방향이냐, 실행이냐의 선택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팀이 어디에 더 기울어야 하는가를 감지하는 감각이었다.


위기의 순간에는 실행에 집중해야 했고, 지치고 흔들릴 때는 방향을 다시 상기시켜야 했다.

방향만 있는 조직은 멈추고, 실행만 있는 조직은 길을 잃는다.

리더십은 방향과 실행의 리듬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스타트업리더십 #결국은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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