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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Jun 01. 2020

코로나 19로 드러나는 것들

https://www.yna.co.kr/view/AKR20200529145000077


 인도에서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과 치료가 빈부격차에 따라 다르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쪽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꿈에도 못 꾸고 단칸방에 몰려 사는데, 한쪽에서는 가족 네 명을 태우기 위해 180석짜리 여객기를 통째로 빌린단다. 한쪽에서는 시신을 옆에 방치하고 치료받는데, 한쪽에서는 하루 160만 원짜리 병실에서 여유롭게 독실을 쓴다.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는 유독 할렘가에 집중되어 있다. 흑인의 사망률은 다른 인종의 두 배가 넘는다. 외국인 노동자는 기숙사에서 집단으로 코로나에 걸리고,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해 치명률은 매우 높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코로나 발생이 적은 곳으로 가거나, 호화요트를 타고 피신한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00509/100968860/1


 한국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맨 처음 도화선이 된 31번 확진자. 신천지 신도였던 그로 인해 전국 교회마다 숨어 있는 '추수꾼'의 정체가 드러났다. 신앙을 위해 가족을 떠나 좁은 자취방에서 모여 살며 전도하던 생활방식이 병의 확산을 키웠다. 교주는 사과의 의미로 기자회견을 했고, 같은 시각 문밖에선 내 딸 아들을 돌려달라며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는 목소리가 함께 전파를 탔다.


 신천지 발 확산은 대구-경북을 휩쓸었다. 대구 동성로 거리는 토박이 상인도 본 적이 없다 할 정도로 텅 비게 되었고, 대구시장은 과로에 지쳐 쓰러졌다.-그리고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야당이 승리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웹상에서 TK를 조롱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지역감정이 화두가 되었다. 이번 사건이 색달랐던 건 주로 지역감정의 주체였던 곳이 피해자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안전하리라 예상했던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단은 구로 콜센터. 빽빽하게 모여 앉아 근무해야 하는 환경, 마스크를 쓰면 잘 들리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고객. 스무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서야 그들은 근무를 멈출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거리는 한산해졌다. 하늘은 미세먼지 없이 맑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코로나를 이겼다 자만할 때쯤,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늘어났다. 그들은 커밍아웃이 두려워 꼭꼭 숨었다. 정부가 재빨리 협박과 설득을 한 끝에 검사를 받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코로나가 퍼지는 와중에도 공부를 해야 했던 아이들은 학원을 갔고, 과외를 받으며 확진자가 되어갔다.


 그 영향이 흐르고 흘러 새벽 배송 업체까지 갔다. 폭증한 물량으로 인해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던 물류센터. 제대로 세탁되지 않은 장비와 물류를 찾아 캠프를 전전하던 플렉스들이 상황을 더 키웠을 것이다. 소비자안전하고 하게 쇼핑하기 위해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 있노동현장이 드러났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위를 떠돌며 우리가 미처 눈길 주지 못했던 곳에 숨어 매복 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사이비 종교, 지역감정, 성소수자 문제와 콜센터, 새벽 배송의 편리함이 우리를 공격했듯이. 우리가 또 무언가를 외면한다면 그곳에서 새로운 공격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Photo by John Camer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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