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찌가 얼굴에 미소를 가득 품고 나를 보며 제안했다.
"무슨 가방을 사지...?"
핸드폰을 보며 중얼거리는 나에게 한 대답이기도 했다.
"아니야~^^;; 괜찮아. 엄마가 잘 골라 볼게~"
쉽게 대답은 했지만, 가볍고, 예쁘고, 저렴해 보이지 않는 백이 가격까지 저렴할 턱이 없었다.
그냥 집 앞에 들고나갈 에코백 사는 것도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나..?
"푸후...."
한숨을 쉬니 둘째가 쪼르르 달려와 또 제안을 한다.-아무래도 영업에 소질이 있는 듯하다-
"내가 잘 만들 수 있어. 진짜야 엄마~"
그럼 부탁 좀 드린다 했더니 A4용지 두장과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와서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한다. 앞뒤 양면으로 그림도 그리고, 끈도 달아야 한다며 구멍도 뚫었다. 집에 있는 배지까지 긁어모아서 달자 '키치'한 가방이 탄생했다. 너무 낡아 버릴까 했던 다른 에코백을 주니 그곳에도 신나게 그림을 그리고 배지를 단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가방이 없진 않다. 책을 넣어 다닐 자그마한 토트백도 있고, 여행같이 물건이 많을 때 쓸 커다란 숄더백도 있다. 가진 게 없는 것도 아닌데, 없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내가 가진 작은 행복들을 도외시하고 있었다. 말은 '가벼운 숄더백이 필요해'라고 했지만 정작 이것저것 짐을 늘리느라 스스로가 무거워졌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아이가 만들어준 종이가방은 그 어떤 에코백보다 가벼웠다. 그리고 검색창에서 가격과 디자인 사이를 헤매던 마음도 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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