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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Jan 18. 2023

'나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의 진짜 의미

논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나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의 진짜 의미

현재 첫째가 초2를 앞두고 있고, 둘째는 예비 초1. '아직은' 실컷 놀려도 되는 때이지만 일을 나가고, 방학이 길어지며 이것저것 학원이 늘어났다. 첫째는 영어, 줄넘기, 그리고 미술. 둘째도 피아노, 줄넘기, 미술. 겉으로 보기에는 '적당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에서 국어, 수학(연산과 사고력)을 엄마표로 봐주고 있기에 나는 내가 '시키는' 쪽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하기 싫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틀리면 틀리는 대로 짜증 다 받아주며 겨우겨우 진도를 나가는 이유는 단 하나. "그래도 선행은 필요하니까". '남들 하니까'같이 멍청한 답은 없다지만 그런 남들이 다 +100을 먼저 나갔다면 상대적으로 내 아이는 -100이라는 핸디캡을 안아야 하므로. 사고력, 교과 선행으로 유명한 cm*, 누런소, 그런 학원 보내면 편하고 확실한 거 누가 모르나. 현재만 해도 두 아이 학원비 합해 월 백만 원이 되어가니 차마 수학까지 추가할 순 없겠더라. '아직 저학년이라 셔틀 태우기 부담스럽다'는 핑계와 함께 접었다.


그나마 아이가 잘 따라주니 그럭저럭 '자기 주도'로 공부하라며 버텼는데, 얼마 전에 본 레테(유명 학원 레벨테스트, 학교 시험이 없어진 후로 엄마들이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위해 종종 이용한다)에서 사고력은 괜찮은데 교과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온 걸 보고 덜컥 겁이 났다. 이젠 학원을 보내야 하나....? 그렇게 불안할 때면 남들과 비교해 내 위치를 확인하는 비교 심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이를 놀게 한다는 A네는 방문 학습지 네 개에, 태권도에, 수영에, 영어까지 시작했으니 거기도 90, 

열심히 보내야 한다고 실토한 B네는 대형학원 영수에, 축구에 하면 7~80? 

어릴 때는 놀아야 한다며 공부는 영어, 수학만 보내는 C네는 예체능이 5개라 120은 할 거고, 

별말 없던 D네도 영어, 발레, 태블릿 학습지, 주말 체험 2개까지 합치면 아마 80...

(학군지, 비학군지 골고루 섞인 인물들입니다)


둘에 백만 원이 된다고 걱정을 하던 내가, 나름 사교육을 한다는 자각을 가졌던 내가 우스워지는 순간이다. 소위 '사교육 없이 노는 시기'의 아이들이 정말 그냥 '놀기만' 한 줄 알았다니 얼마나 순진한지! 초등 아이 하나당 교육비 100은 기본이고, 중등, 고등까지 가면 무럭무럭 자라 300만 원이 든다는 말이 맘카페에 나돈다.(재수는 월천이랍니다)


사교육을 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가지만, 정말 '사교육을 줄이는' 뜻으로 알아듣는 부모는 없다. "나는 강남 대치동에 살지만 사교육을 하지 않아"라는 언뜻 '깨어있어' 보이는 말은, 국영수 대형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는 말이지, -시급으로 따지면 과외보다 비싼- 체험활동이나, 예체능 학원까지 안 보낸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시키든, 시키지 않든 부모에게는 돈을 절약할 선택지 따위 없다. 아이를 방임한다는, 혹은 돈이 없어 저러는 거냐는 은근한 비난의 수군거림을 감내할 얼굴 두께를 장착해야 겨우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갑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열린다는 논지에서 보면, '사교육맘'도 '비사교육' 맘도 결론적으로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에서 사교육시장은 오늘도 무럭무럭 배를 불린다. 


어찌 되었든 아이들은 오늘도 쉴 틈 없이 학원가를 오간다. 놀이터엔 아이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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