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샵 Mar 23. 2018

내 몸이 알고 싶다.

내 몸이 궁금해 하고 싶어진 이야기 - 당신 몸 이야기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프랑스 시인이자 철학자 폴 발레리(Paul Valery)는 '몸(body)'이 아주 다양한 것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의 저서 <신체의 미학 Aesthetics>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먼저, 다른 무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에 관한 지식은 전적으로 변화 가능하고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몸은 우리가 특권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는 그런 대상이다. 우리는 모두 이것을 내 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내 몸에 고유한 이름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몸이 나에게 속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몸은 결코 사물이 아니다. 몸이 우리에게 속하기보다는 우리가 몸에 속해 있다. 

당신은 몸을 언제 느끼는가? 그 몸에 만족하는가?

발레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몸은 '나의 것'인 동시에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우리는 몸에 속해 있다. 스스로 돌아다니고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으며 생각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알고 나면 '경이로운 몸' 속에 말이다. 그 경이로운 몸을 당신은 언제 마주하고 느끼는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여드름에, 감기 몸살에 걸려 오한으로 열은 나는데도 벌벌 떨면서 이불속에서 꼼짝 못 할 때, 세수를 하다가 혹은 청소를 하느라 허리를 숙였는데 극심한 통증이 오면서 온 몸을 가누기가 힘들 때, 목욕탕 거울에 비친 벌거벗은 몸을 들여다볼 때, 전쟁과도 같은 출근과 아등바등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에너지가 바닥난 몸을 방 한편에 눕힐 때, 그럴 때 당신은 몸의 존재를 절실히 느낀다. 몸을 위해 아니 당신을 위해 몸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좋은 화장품과 세안제를 쓰고, 헬스클럽을 등록해 운동을 하거나 비싼 PT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 의느님(의학)의 힘을 빌려 몸을 바꾸기도 한다.   

언제 당신의 몸과 마주하는가?(이미지: by markos86 / Shutterstock)

당신의 몸에 만족하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몸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뚱뚱하거나 혹은 말라서 키가 크거나 작아서 불만스럽다. 얼굴 생김새와 피부색 그리고 머릿결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근육과 골격의 크기 혹은 엉덩이 근육이 짝짝이여서 불만이다. 골반의 크기가 작아서, 다리 길이가 길지 않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 불만이 콤플렉스로 다가올 때 목숨 걸고 용감하게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나도 어깨가 조금 더 컸으면, 엉덩이가 조금 더 빵빵했으면, 주름이 사라졌으면, 다음 생에는 얼굴에 잘생김을 붙이고 태어났으면 좋겠다, 고 가끔 생각해본다). 


하지만 몸에 대한 불만 속에서도 당신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불만이었던 몸의 일부분과 그것들이 모여 이룬 당신의 몸 전체는 생명이 다하면 지구의 흙 속으로 사라질 먼지에 불과하고 영혼은 우주의 어느 곳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몸속에서 '지금' 바로 '이곳'에 '살아있음'에 당신이라는 존재를 빛나게 해준다. 몸 없이 이 지구 위에서 살아갈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무엇인가? 당신은 몸이다. 몸이 곧 '당신'이라고 했다. 앞선 글 <만약 신성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빌렸다.

나는 몸이고 영혼이다(Body am I, and Soul)

우리는 몸과 함께 존재한다. 당신은 몸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 존재한다. 하여, 몸은 당신인 동시에 '기억'이고 '역사'이며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니 불만을 잠시 거둬들이고 당신의 몸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몸은 당신의 유일한 자산이며 당신 그 자체다. 생명을 다한 몸이 대지에 스며들 때 울음을 터뜨리는 건 당신의 몸속에 담긴 모든 이야기, 기억, 역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몸은 기억이고, 역사이며, 문화다. 

<추억>
추억이란 말이 왜 촌스럽니 
추억도 몸이야 
누구도 지울 수 없음이야 
그래 
우리는 온몸으로 살았기 때문이야
맨몸으로 살았기 때문이야
(...)
추억이란 말이 왜 촌스럽니
지워지지 않는 一生이야
누구도 지울 수 없음이야
몸이야
- 정진규, <몸詩>, 세계사(1993) 중에서 

정진규 시인은 '추억'이란 시를 통해 몸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억은 곧 몸에 각인된다. 몸이 아니면 어디에 각인되겠는가. 몸은 삶의 기억과 역사를 담고 있다. 살아있는 자서전인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남긴 흔적을 당신의 몸에서 만날 수 있다. 몸은 분명 당신 개인의 것이지만 그 몸들이 모여 사회와 역사의 소유물 즉, 인류 문명의 총합이다. 몸은 기억, 역사, 문화인 동시에 당신이다.  

101년의 세월을 간직한 몸(이미지: by Inigo del Castillo). 

몸은 당신을 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한다. 100년을 살아가는 동안 당신의 몸을 제대로 보살필 의무와 책임이 있다. 당신은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나를 안다는 것은 결국 몸을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거창하게 여는 글을 쓰고 있지만 결국 "내 몸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은 아니다. 몸이 분석하고 측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마음은 그렇지 못한 초월적 대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당신이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일 수 있다. 하지만 몸을 통해서만 마음이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몸과 마음은 하나인 동시에 당신을 이루는 전부다. 


당신 몸 이야기 - 내 몸이 알고 싶다.

70억분의1. 무엇이 당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것일까? 특정 유전자 때문에 지금의 몸이 당신인 것일까? 외모와 재능은 유전에서 온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정 음식에 대한 반응 정도, 암 발병 가능성, 고혈압과 당뇨뿐만 아니라 남보다 튼튼한 치아, 부드러운 피부, 음악적 재능, 언어 및 운동능력 등.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유전자의 99.9%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건 전체 유전자의 겨우 0.1%라는 사실. 이것은 각 세포에 있는 여전히 수많은 작은 단위들이 당신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가도록 한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예정되어 있는 유전에 영향을 미치고 당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몸이며, 당신이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메인 이미지: PHOTOGRAPH BY SHANNON STAPLETON, REUTERS 

본문 이미지: Why Most of Your Body Is Younger Than You Are

본문 이미지: Beautiful photo series reveals what the human body looks like at age 101

참고: <만약 신성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

참고: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샤오 춘레이 지음 | 유소영 옮김 | 푸른숲(2006)

참고: <몸의 노래>, 구리야마 시게히사 지음 | 정우진 & 권상옥 옮김 | 이음(2013)

참고: <몸>, 정진규 지음 | 세계사(1994)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http://푸샵.com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몸을 지배하는 미토콘드리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