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샵 Jan 27. 2020

바다에 잠든 100년의 사랑이여! <타이타닉> OST

[영화, 음악을 만나다] 단 하나의 운명, 단 한 번의 사랑

대체 공휴일이 있는 설 연휴이긴 하지만 나흘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느낌이 드는 연휴 마지막 날. 날씨는 흐리고,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심상치 않았던, 하지만 카페 안은 가족들과 연인들, 공부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짧게 느껴진 2020년 설 연휴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영화 OST를 들으며 하루 종일 업데이트할 콘텐츠를 만들었다.

미국 생활 1년이 조금 지난 봄날, 처음 가봤던 브루클린 브리지. 저 멀리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1997년 12월 24일. 23년 전 그날은 이역만리 미국의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날이었다. 벌써 23년이 흘렀다니... 지금도 머릿속엔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한데 말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금빛 가루를 수놓은 듯한 뉴욕의 야경은 지금도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13시간의 여정을 뒤로하고 시차 적응할 겨를도 없이, 다음날부터 시작된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 생애 첫 미국에서의 사회생활. 당시 미국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환율이 달러당 2,050원으로 IMF가 막 터졌던 그때 그 시절. 비록 청운의 꿈을 품고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행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던 27살 청년이 희미한 희망만을 간직한 채, 입을 옷과 몇 권의 책 그리고 비행기표 한 장만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 마음은 잊히지 않는다(미지의 세계로 탐험에 나서는 기분이랄까).


도착 며칠 뒤 맞이한 미국에서의 새해 첫날. 그날 처음 가본 멀티플렉스 극장. 그곳에서 보게 된 첫 영화 <타이타닉(Titanic, 1997)>. 아마도 한국처럼 좌석 지정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맨 앞줄에서 그것도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목과 눈을 혹사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상황. 게다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으니... 다만 3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영화는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행 타이타닉호의 티켓을 손에 쥐고 환호했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잭 도슨 역)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과도 같이 느껴졌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가슴 벅차올랐던 그 마음이...

게임으로 딴 타이타닉호의 티켓을 손에 넣고 환호하는 잭 도슨 [이미지 출처: 영화 <타이타닉>]

미국에서의 첫 사회생활은 정신없이 돌아갔다. 6개월 간 휴일도 없이 일을 해야 했고, 생전 처음 접해보는 2만여 가지가 넘는 각종 세탁기 부품과 자재들을 기억하며 정리해야 했다(미국의 세탁 산업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주문을 받고, 패킹(택배 포장)을 하고, 미스트 올(오수 정화기)을 만들고, 코네티컷 주까지 자재 픽업도 가야 했으며, 저녁엔 퀸즈대학에서 ESL을 다녔다. 밤 10시 반쯤 집에 도착하면 홈짐으로 운동을 하고 (그 당시에도 홈트레이닝 기구가 있었던 미국을 생각하면 운동 분야에서도 얼마나 앞서 갔나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세탁기 각 브랜드별 모델과 부품 공부, 영어 공부를 하느라 하루가 모자를 지경이었다.


아침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정신없는 생활과 샌드위치만으로 하루 식사를 해결해야 했던 고단한 생활에도 나를 위로해 주던 유일한 노래가 있었다. 바로 셀린 디온이 부른 영화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 (기억이 맞다면) 하루 종일 음악만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 101에서 <타이타닉> OST만 하루에도 수 차례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노래는 나의 외로움과 힘겨움을 달래주었고, 의지를 북돋아주는 마술 같은 힘을 지녔다.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던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마치 내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것만 같았다.

잭 : 로즈. 타이타닉의 표를 구한 건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에요. 당신을 만났으니까요. -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하는 사랑 [이미지 출처: 영화 <타이타닉, Titanic. 1997>

미국에서의 생활이 1년쯤 지났을 무렵, 한 번의 고민도 없이 미국행을 결심했던 내가 꿈을 찾기 위해 6개월 고민 끝에 선택한 한국행 결정이 그때 당시에는 잘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끔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 때마다 돌아가고픈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떠나온 지 23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느끼는 것은 사회생활의 첫 단추는 제대로 잘 끼웠다는 것. 작은 회사지만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일하며 버틴 결과 1년 만에 매출 200만 불(당시 환율로 40억이 넘는) 회사로 자리잡기까지 일익을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여전하다(첫 출근한 날, 직원이 나 외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러한 기억과 경험은 힘들 때마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과 함께...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내가 했던 선택을 번복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때의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미국 문화를 경험하고, 나란 존재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회 초년생으로 미국에서 처음 보았던 영화 <타이타닉>과 은하수를 보는 듯했던 반딧불들, 그리고 뉴욕의 파란 하늘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타이타닉> OST는 언제나 내 심장 고동소리와 함께 할 것이다.


2012년 4월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지 백주년이 되는 해였다. 개봉 후 14년이나 흘러버린 <타이타닉> 영화는 3D로 다시 태어나 개봉되기도 했다. <타이타닉>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극 내용의 일부는 실제 있었던 감동적인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끝까지 같이 한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와 배의 설계자 토마스 앤드류,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후까지 연주했던 윌리스 히들리가 지휘한 8명의 연주단원, 토마스 바일스 사제는 기독교 성직자의 양심으로 구명정 승선을 거부하고 다른 이들의 승선을 도왔으며, 백만장자 철강 사업자였던 구겐하임은 자신의 하인들에게 구명정을 양보했다. 극 중 침대에서 나란히 죽음을 함께 맞이한 노부부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시 백화점 소유자인 스트라우스 부부였으며, 역시 구명정 승선을 다른 이에게 양보했다.

죽음의 공포가 시시각각 밀려오는 그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그들은 사랑과 희생정신을 실천한 사람들이다. 그때의 기억과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길 바라며...

잭: 반드시 부탁을 들어줘요...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요... 포기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약속해 줘요... 로즈....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로즈 : 약속할게요.
잭 : 포기하지 말아요.
로즈 : 약속할게요. 포기하지 않을게요. 잭. 절대로...
- 잭과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대사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요." [이미지 출처: 영화 <타이타닉>]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이미지 출처: 영화 <타이타닉>]
그녀는 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해 호루라기를 분다. [이미지 출처: 영화 <타이타닉>]

미국 생활 시작 후 처음 보게 된 영화... 그리고 멀티플렉스 극장의 신기함.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것이 비극이었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애와 사랑은 아름다운 것.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미지의 세계로 향한 항해 혹은 비행.... 다시 해보고 싶다.
이 세상이 끝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고픈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생이 끝나는 그 마지막 순간 하고 싶은 말. 오직 당신만을 진정으로 사랑했소.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내 심장은 지금도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는가?


영화를 보신 분은 그때의 감동과 추억을 떠올리면서, 2020년 남은 설 연휴 마지막 시간 마무리 잘하시길 바라며, 편안히 감상해보시길.


타이타닉 OST - <Hymn To The Sea>

 타이타닉 OST - <My Heart Will Go On>

원문: [영화 OST] 바다에 잠든 100년의 사랑이여! '타이타닉'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영화 <타이타닉>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하고 향기로운 삶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