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Nov 06. 2018

기획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 기획서는 꼭 어떻게 써야 한다는 법칙 같은 것은 없습니다. 형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워포인트로 쓰든, 엑셀로 작성하든, 아예 일러스트로 작업을 해서 주든, 아니면 프로토타이핑 툴에 디스크립션을 작성해서 주든, 개발자만 OK 한다면 사실 어떤 형태로 기획서를 만들어서 주든 상관없습니다.


기획서는 개발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근무하는 기업에서 엑셀로 만든 기획서로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그냥 엑셀로 작성하셔도 됩니다. 물론, 나중에 이직을 고려하신다면 에이젼시 등에서 사용하는 조금 더 보편화된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기획서 작성법을 익혀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외형과 기능에의 집착입니다. 프로그램의 외형은 이렇게 생겨야지, 기능은 이런저런 기능들을 넣어야지 하는 식으로 기획서에 그림을 채워 넣기 바쁩니다. 이렇게 하는 기획은 100% 실패합니다. 뿌리가 올바로 세워져야 줄기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법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지금부터 이커머스 사이트에 소셜 로그인 기능(네이버 로그인, 카카오 로그인 등)을 적용한다고 가정하고 기획서를 함께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해야 되는 일은 이 일의 필요성을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소셜 로그인은 왜 필요할까요? 그리고 소셜 로그인을 적용하면 우리 회사에 어떤 득이 될까요? 먼저 이 일은 ‘왜’ 해야 되는지 명확하게 정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기획을 하고 나서 개발/디자인/실무진 리뷰 회의를 진행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누군가가 대뜸 ‘근데 이거 왜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을 못하고 그저 당황해한다면, 누가 봐도 실패한 기획이지 않을까요?


1. 시작

저도 필요성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소셜 로그인을 도입하면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회원가입이 빠르기 때문에 회원가입 도중에 이탈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줄어든다.

-     신뢰도 제고 (우리 사이트는 못 믿어도 카카오와 네이버는 믿을 수 있지 않을까?)

-     오랜만에 접속해도 OK (아이디, 비밀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음)


사이트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가입단계의 이탈률을 줄여주며, 리텐션(재방문) 고객이 아이디/비밀번호를 찾지 못해 이탈하는 경우를 없애주니, 고객의 편리성 측면에도, 그리고 자사 매출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회사의 사정이 이 기능을 도입할 만한 여력이 된다고 판단이 되면 기획을 추진해 보는 것입니다.


2. 타사 리서치

일단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바로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타사의 사례를 쭉 둘러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소셜 로그인은 이미 커머스 사이트에서 그리고 다른 여러 메이저 사이트에서 보편화된 기능이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대상이 많습니다. 저는 아래와 같은 벤치마킹 리스트를 찾았습니다.


-     런티스틱 (운동)

-     여기 어때 (숙박)

-     데일리 호텔 (숙박)

-     펀샵 (커머스)

-     티몬 (소셜 커머스)

-     인크루트 (채용)

-     해피캠퍼스 (리포트)


이제 찾은 사이트에서 소셜 로그인 기능을 하나하나 이용을 해봅니다. 다 같은 소셜 로그인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각자 제공하는 기능들이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티몬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해피캠퍼스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같은 소셜 로그인임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보입니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지 좀 더 정확히 이해해보기 위해서, 소셜 로그인 API를 제공하는 네이버, 카카오 로그인 API 소개 페이지를 찾아가 봅니다. (https://developers.naver.com/products/login/api/ 는 네이버, https://developers.kakao.com/ 는 카카오) 각 사이트에서 설명해주는 정보를 쭉 읽고, 구글링도 한번 해봅니다. 소셜 로그인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남들은 어떻게 소셜 로그인을 기획하고 있는지. 그래도 모르겠으면 기획자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 -웹만사 등-(https://cafe.naver.com/netmaru)를 방문해서 소셜 로그인이라는 키워드로 한번 검색해봅니다. 


이런저런 검색을 해본 결과 저는 소셜 로그인을 적용하는 방법은 2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     댓글 등만 작성 가능하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법

-     실제 유저 ID와 통합하여 소셜 로그인 후 모든 기능을 사용하게끔 하는 방법


저는 커머스 사이트를 운영하기 때문에 소셜 로그인으로 로그인 한 유저가 직접 주문도 해야 되고 배송 현황도 파악해야 합니다. 따라서 2번째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방법도 결정이 되었는데… 좀 더 검색을 해보니 소셜 로그인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참 많습니다. 한번 나열해볼까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

-     페이코


다섯 개나 되는군요. 뭐, 글로벌 서비스라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로그인을 적용하면 외국 사용자들이 우리 사이트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사이트는 국내 이용자가 100%이기 때문에 네이버, 카카오 정도만 도입해도 대부분의 사용자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5개 플랫폼 중에 2개(카카오, 네이버)만 도입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3. 순서도 그리기


자, 이제 타사 리서치까지 마치니 우리가 소셜 로그인을 왜 도입해야 되고,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가 대략적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그림 그리기 시작? 댓츠 노노입니다. 소셜 로그인이 사이트 내에서 어떤 식의 흐름으로 이어질지 순서도를 작성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     네이버 로그인 버튼을 클릭

-     네이버에 로그인 중인가? (Y/N)

-     yes라면, 개인정보 동의를 받았나? (Y/N)

-     yes라면, 기존 ID 계정과 연결되었는가? (Y/N)

-     로그인

-     끝


지금 저는 텍스트로 표시하였지만, 실제로는 도식도를 그려 표현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http://www.haangul.com/bbs/board.php?bo_table=flow_chart&wr_id=4 )를 한번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처음에 여기서 배웠습니다.


순서도까지 그리고 나면, 전체적인 서비스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인 서비스 기획을 시작해볼 때입니다. 


(첨언하자면, 순서도를 그려보기 전에 마인드맵을 이용해 생각나는 대로 사고를 전개시켜 보기도 하고, IA(정보구조도)를 그려서 기획의 구조를 정의하기도 하고, 기능 명세서를 작성해서 필요한 기능의 목록을 산출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있는 웹사이트에 소셜 로그인이라는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일련의 작업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기획의 범위에 따라 때로는 모든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고, 때로는 모든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장점, 참고 사이트, 적용 방법, 순서도 등 이 기획을 하면서 초기에 조사한 자료는 기획서의 앞단에 간단히 정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획서를 받은 사람이 단순히 와이어프레임만 보고 개발하는 것이 아닌 이 기획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구현 방법론을 함께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4. 와이어프레임 그리기 (그림 그리기)

이제 기획을 처음 시작한 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대략적으로 필요한 그림을 한번 정리해봅니다. 아마 아래와 같은 화면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로그인 화면

-     개인정보 접근 동의 화면

-     기존 회원일 경우 알림 팝업

-     회원 가입 완료 화면

-     마이페이지에서 아이디 인증에 소셜 로그인 방법 추가

-     마이페이지 - 회원 정보 수정에서 소셜 로그인 연동 현황 표시

-     어드민 – 회원 정보 관리에서 소셜 로그인 연동 현황 표시


벤치마킹했던 사이트 들에서 구현한 UI 등을 잘 참고해서 우리 사이트의 톤&매너에 맞게 잘 modify 해봅니다. 소셜 로그인 같은 경우는 우리가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된 방법론과 네이버 등 플랫폼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적용 가이드들이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혼선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비슷한 규칙으로 UI/UX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다른 기획이라면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파워포인트로 기획서를 작성한다고 가정하면, 보통 왼쪽에는 화면을 오른쪽에는 해당 화면을 설명하는 디스크립션을 작성하게 됩니다. 디스크립션은 간결하게 작성해도 좋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작성해도 좋습니다. 꼭 어느 하나가 정답인 건 없습니다. 어떤 개발자는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다른 개발자는 그저 요건 정의만 잘해주면 맞춰서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지금 나와 일하는 개발자와 호흡을 어떻게 맞추냐는 것이지, 꼭 이렇게 해야 된다. 저렇게 해야 된다의 방법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할 때는 기본적인 UI 구성요소 및 화면 제스처(모바일의 경우)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최소한 토글이 무엇인지, 버튼이 무엇인지 (버튼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레이어 팝업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개발자에게 해당 화면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혹시 아직 UI 구성요소가 헷갈리시는 분은 다음의 웹사이트를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http://story.pxd.co.kr/616 ) UI 구성요소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도 기획을 시작하던 무렵에 많이 참고했습니다.


5. (필요한 경우) 추가 정책 정의하기

단순히 와이어프레임만 그리는 것이 아닌 공통의 규칙, 혹은 정책을 정의하는 것이 개발자가 이 기획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 전체 페이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정책을 정리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면 마이페이지 부분을 기획할 때 다음과 같이 정책을 결정해볼 수 있겠죠.


-     회원정보를 수정할 때는 SNS 인증을 추가한다.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상황 정리)

-     비밀번호를 변경할 때도 SNS 인증을 추가한다.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상황 정리)


이렇게 하면, 대략적인 기획서 하나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설명해드린 내용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기획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사고를 전개시켜 나가는 지를 설명해 드린 것입니다. 사실 잘하는 일의 프로세스는 비슷비슷합니다. (그것이 꼭 기획이 아니더라도) 하고자 하는 일의 목적을 정의하고, 시장 조사를 하며,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우리의 한계를 명시하며, 앞으로의 수행 과제를 정리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기초를 잘 닦고 다양한 사례 조사를 통한 발산, 구체적인 정책을 명시하는 수렴의 영역까지를 잘 정리한 문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올바르게 정의 및 가설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추후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게 되더라도 사후 검증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의도와 생각을 유관 인력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용자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