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을 하다 보면 사용자를 만나 인터뷰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서비스를 리뉴얼한다든지, 새로운 기능을 넣는다든지, 디자인을 변경한다든지 하는 이슈에 대해 사용자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듣고 기획에 반영하기 위함이죠. 특히 O2O 서비스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의견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현장을 자주 찾아가서 사용자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사용자 인터뷰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지, 사용자 인터뷰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용자 인터뷰의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당장 서점에 달려가 UX 관련 도서를 한권만 꺼내서 읽어보면 사용자의 의중을 알아내는 방법이 한 10개는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업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또 모릅니다.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는 철저히 하고 있을지도) 저는 단순히 사용자 인터뷰는 두 종류로 분류합니다. 면대면 인터뷰 (정성 평가), 그리고 설문 인터뷰 (정량 평가)입니다. 그리고 보통 면대면 인터뷰를 먼저 진행해서 사용자의 선호도를 대략적으로 판단한 후에 내용이 부족하다면 설문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사이트의 상품 목록 페이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무작정 설문을 진행하지는 않겠죠. 우리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외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올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CS센터에서 고객 제보를 통해 개선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목록 페이지가 어떤 게 불편하고, 뭐가 나왔으면 좋겠고 하는 피드백을 듣게 되는 것이죠.
피드백을 듣는 순간부터 일부 유저가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것입니다. 이제 데이터를 좀 더 살펴봐야 합니다. GA(구글 애널리틱스) 등을 통해 우리가 의도로 하는 버튼이 제대로 클릭되고 있는지, 페이지간 이탈이 얼만큼 일어나고 있는지를 점검합니다. 또 히트맵 분석 툴(뷰저블 등)을 활용해서 우리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클릭을 하고 있는지, 엉뚱한 곳을 버튼 영역으로 착각해서 클릭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합니다.
이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분명히 개선할만한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제 경쟁사 사이트 등을 방문해서 실태를 파악한 후 시안을 여러 개 그려서 후보군을 정해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사용자 인터뷰이므로)
시안 후보군이 정해지면 이제 인터뷰할 대상을 선정합니다. 기존 고객 중 구매력이 높고, 구매 빈도가 높은 고객을 선정하여 전화로 인터뷰 가능 여부를 타진합니다. 가능하다고 하면, 시간과 장소를 협의 후 확정하도록 합니다. (고객이 없는 미출시 서비스인 경우는 서비스 타겟이 되는 잠재고객을 스스로 발굴해서 인터뷰해야 합니다.)
인터뷰 출발 전 대략적으로 질문 리스트를 정리해보아야 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입니다.
- 기존에 목록 페이지를 볼 때 어떤 정보를 주로 참고하는지
- 목록 페이지에서 상품 상세 페이지로 넘어가는 부분을 시연해주세요
- 새로운 시안 중 어떤 시안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느낌으로 말씀해주세요.
- (각 시안의 의도를 설명 후) 혹시 생각이 바뀌진 않으셨나요?
- 그 외 목록 페이지와 관련된 혹은 우리 서비스와 관련된 불만/요청사항 청취
너무 복잡하게 많은 질문을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상황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지도 알 수 없고, 너무 많은 질문은 인터뷰이를 부담스럽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적당히 상황이 흘러가는 것에 맞추되 진짜 묻고 싶은 핵심 질문만을 간추려 가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시안을 보여준다면, 실제 화면과 동일한 목업을 들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앱이라면 휴대폰에서 출력했을 때 실사와 같은 화면을 보여준다든지, 웹사이트라면 노트북을 들고 가서 예상 구현 화면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제 질문 사항과 보여줄 시안이 정리되었으면 인터뷰이를 만나러 갑니다.
만나서 인사를 하고 먼저 방문 목적을 설명합니다. 방문 목적을 설명한 후에 위에 작성한 질문의 흐름대로 진행을 해 봅니다. 간혹 가다 너무 쓸데없이 말이 많은 인터뷰이가 있어 인터뷰가 삼천포로 빠진다면 적당히 지켜보다가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어찌 됐든 최대한 다양한 말을 들어보도록 합니다. 꼭 준비해 간 질문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철저히 경청하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의견을 피력하러 간 것이 아닌 상대방의 순수한 입장을 들어보러 간 것이니까요. 그리고 말만으로 잘 모르겠으면, 진짜 구매를 한다든지, 서비스의 특정 기능을 이용한다고 가정하고 시연을 한번 해달라고 요청해볼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프로세스의 이탈 지점에서 사용자가 머뭇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중요한 것은 절대 유도질문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편리하지 않을까요?’, ‘이런 점은 좀 불편하지는 않으세요?’처럼 답정너의 질문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편리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답변자는 쉽게 편리할 수도 있을 거라고 대답하고, 불편하진 않냐고 물어보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질문보다는 ‘오픈형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왜 그렇게 생각을 하셨나요?’라는 식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 유도성 질문을 하여 제 기획의 의도에 맞추고자 숱한 뻘짓을 했었습니다. 사용자 인터뷰 시 녹음을 해서 회사에 복귀해 제 인터뷰 내용을 종종 들어보곤 했는데, 유도 질문을 내내 하는 제가 그렇게 꼴 보기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 회사로 돌아와 인터뷰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게 됩니다.
- 사용자 환경 (이 사용자는 어떤 사람인가?)
- 주로 구매하는 상품은?
- 목록을 볼 때 주로 확인하는 정보는?
- 시안은 어떤 것이 마음에 드나? 그 이유는?
- (의도 설명 후) 시안 선호도가 변경되었는가? 변경되었다면 그 이유는?
- 그 외에 우리 서비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혹은 목록 페이지 관련 추가로 하고 싶은 말
보고서가 작성된 후에는 관계자들과 함께 미팅 결과를 리뷰합니다. 여기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시안 1과 시안 2의 선호도가 비슷하게 나온 것입니다. 이럴 때는 좀 더 다수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보는 것이죠.
세상이 참 좋아져서 온라인 설문을 작성할 수 있는 툴 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툴이 구글 설문과 네이버 설문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구글 설문을 애용하곤 합니다. 구글 설문 같은 온라인 설문의 장점은 설문의 결과 로우데이터를 엑셀로 추출할 수 있고, 또 설문 결과를 실시간으로 요약해서 리포트로 제공해주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인지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설문 작성이 완료되면 설문을 진행하는 방법을 결정합니다. 웹사이트에 팝업을 띄워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물을 수도 있고, 따로 VIP 고객을 선정해서 문자로 URL을 전달하는 식으로 설문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구매력이 있는 충성 고객들에게 문자를 돌려 그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충성고객의 의견에 맞추어 반영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주문 기초 데이터를 출력해 지난 3개월간 구매 순위 1위부터 500위까지를 추린 다음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문자를 발송하기로 하였습니다. 단순히 문자만 보내면 응답률이 떨어질 것이므로 적당한 리워드를 명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쿠폰이라든지)
설문의 내용은 너무 길지 않게 간단히 작성하도록 합니다. 물론 물어보는 내용에 따라 설문의 길이가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설문 답변 시간이 최대 3분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절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3분이 넘어가면 지루하지 않을까요?) 특히, 목록 페이지 등의 시안 선호와 관련된 간단한 설문은 몇 개의 질문만으로 충분하기에 1분 이내로 설문 작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빠른 답변 작성이 가능한 경우에는 문자메시지에 금방 작성 가능하니 꼭 참여를 바란다는 안내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자를 전송 후 설문을 받아 데이터를 모은 후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별도 리포트를 작성해 관계자들과 함께 다시 리뷰를 진행합니다. 정성/정량 데이터가 모였으니 이제 의사결정을 할 차례입니다. 설령 아직도 애매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우리의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손으로 해결하기 애매한 무언가가 있을 때 우리는 사용자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여 기획의 실마리를 얻고는 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터뷰 진행 시 철저히 경청하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사용자의 답변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인터뷰를 나가보면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도 사용자 인터뷰를 10차례 이상 나가보고서야 조금 중립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도저히 해답이 안 나온다면, 사용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몇 시간이고 사용자가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분명히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은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