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다. 모두가 자신만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통찰력과 논리를 갖고 세상만사를 논한다. 정말 탁월한 글을 읽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러한 통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흡수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늘 누군가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follow up 만 하는 것이 인생 전체 드라마로 봤을 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누군가가 잘 이룩한 것을 흡수하고 익히는 것, 즉 기본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기본기냐는 것은 또한 논의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연차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구체적인 스킬을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 부분은 사람마다 범위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른바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할 것이다. 축구를 예로 들면 강하고 정확한 킥을 차기 위해 디딤발을 잘 딛는 법을 알아야 하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기본기가 축적되었다고 느꼈다면 이제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유니크 성이 세상에서의 생존성을 담보하기도 하고, 자아 '효능감'을 증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무소유를 삶 속에서 실천하여 정신적인 리스펙트를 받는 누군가도 그런 '무소유'로 인해 남들의 존경을 받고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사람은 그렇게 태어나고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알파 메일, 알파 걸로서 존재하며 남들의 이목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식욕, 수면욕, 성욕을 갖는 것과 비슷한 근본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의 나는 숙련되고, 능숙해지는 것 외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왜 세상에 이런 목소리는 없을까, 혹은 왜 이런 서비스는 없을까, 그 속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만의 색깔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같은 직군 속에서도 서로가 갖고 있는 스킬들은 조금씩 다르다. 결국 서로가 갖고 있는 무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말로 치환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미션은 동일하다. 디아블로라는 악마 잡는 게임에서 누구는 망치를 들고 있고, 누구는 활, 누구는 창을 들고 있고 캐릭터마다 상이한 스킬을 사용하지만 결과적으로 악마를 잡는 '미션'은 동일한 것과 같다. 기획자의 숙명은 서비스를 유기적이고 sleek 하게 설계하여 고객 전환율을 높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의 성공을 이끄는 것이다. 결국 기본적인 업무 부분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서비스를 성공으로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각자가 보고 있는 시야가 다르기 때문이고,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해 보일 수 있는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사고'를 했을 때 product market fit에 누가 더 적합했느냐의 차원일 것이다. 어떤 환경적 변화에 의해 흰 갈매기가 생존에 유리할 수도, 혹은 검은 갈매기가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는 법이다.
요컨대 나만의 무기를 만들되 세상의 흐름에 민감도를 갖고 움직이는 것이 생존의 시발점이라 하겠다.
(감히 성공의 시발점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성공 또한 정의에 따라 논의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