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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잘 겪는 일
5학년도 어떤 날에는 뽀로로 책이 숨넘어가게 재미날 수 있다.
가끔 제 또래들과는 현격하게 다른 취향을 드러낼 때 나는 오히려 권장해준다. 모든 일은 다 그럴 수 있다고 굳게 믿기에... 키덜트라는 말도 있고, 죽을 때까지 레고를 수집할 수도 있고 대체 안 될 건 뭐람. 타인의 취향을 비웃는 그들이 도리어 문제다.
뽀로로 마을에 다시 평화가 오는 결론에 안도하며 아이는 책장을 덮는다. 흡족한 마침표, 문제는 다음이다.
네가 직접 책꽂이에 책을 꽂아보자.
뭉툭하고 짧은 손가락,
미세한 움직임을 조작하는 일은 어렵다.
그림책 두권 사이에 틈을 찾아내고,
비집고 책 제목이 잘 보이도록, 글자 뒤집히지 않도록
배운 대로 해내기 위하여 아이는 안간힘을 쓴다.
나는 기다려주었다.
누군가가 쉽게 도와주었을 순간들,
미숙하고 느리며 실패할 듯할 때
주위 누군가는 너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터,
물론 배려이기도 하였으나 그 덕에 뭘 스스로 할 수가
아니, 한 적이 없었다.
나는 기다렸다.
지금 잘하고 있고 책 사이 틈만 잘 찾아 넣으면
너 혼자 할 수 있겠다.
아이는 난감한 듯, 주저주저하다가
다시 기운을 내고 책을 들고 몰두한다.
해낸다.
자리로 돌아온 아이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표정에는 자신감이 듬뿍듬뿍,
어깨도 한치는 우뚝우뚝 솟아났다.
잘했네, 이제 잘하네.
사실은 실패할까 봐 울까 봐 좌절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나야말로 어깨 긴장이 풀리며 행복하다.
실패는 모두에게 부정적 감정을 만들어낸다.
인사이드아웃, 에서 배웠듯
부정적 감정들 없이는 극복 혹은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그 순간을 다룰 수 있는 여유는
시행착오에서 얻을 수 있다.
겪어보아야 한다.
슬픔, 아픔, 고통, 화, 고립, 실망, 서운, 짜증...
그 모든 일들을 마주하고 당하고 울기도 하고 무시도 하고 어떨 때는 인상도 찌푸리고 소리도 지르며 그러면서 탄력성을 획득해야 한다.
못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고, 실패를 겪거나 성공을 획득하자. 다음은 뚜껑열기-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