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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회계사 Dec 21. 2018

빚 지는 것도 갚는 것도 습관입니다

<빚 지는 것도 갚는 것도 습관입니다> 빌레몬서

빌레몬서는 옥중서신으로 바울 서신 중 가장 개인적인 서신입니다. 빌레몬은 골로새 지역 부유한 지역 유지로서 골로새 교회를 세우고 신실한 믿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네시모는 빌레몬 집안의 노예였는데 도망하면서 주인 빌레몬의 재물까지 훔쳤습니다. 그리고 로마까지 흘러들었다가 바울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로마법은 도망친 노예는 주인의 선처가 없으면 처형을 면치 못했습니다. 오네시모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주인인 빌레몬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이제 종이 아니라 사랑 받는 형제로 대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이 후로는 종과 같이 대하지 아니하고 종 이상으로 곧 사랑 받는 형제로 둘 자라 내게 특별히 그러하거든 하물며 육신과 주 안에서 상관된 내게랴”(몬1:16). 바울은 죄 지은 노예에 대한 주인의 용서라는 문제를 통해 용서와 사랑이라는 기독교 윤리의 핵심을 교훈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이었습니다. 죄의 종이고, 욕망의 종이고, 세상의 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하나님과 화해하게 하시고 이제는 종이 아니라 형제라고 인정하신 것입니다. 이제는 형제가 되었으니 종의 습관과 종의 의지를 버리고 형제의 의지와 사랑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집은 너무나 가난해서 내가 대학을 가면 동생들은 고등학교를 보내지 못한다고 주변에서 말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 말이 한이 되어 빚을 내어서라도 학교는 꼭 보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누나와 동생은 나를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바로 취업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내가 회계사에 합격하자 당연히 동생들 대학은 내가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나를 위해 대학을 포기한 누나와 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감이었습니다. 나는 여유가 생겼을 때 가족 일에 한 푼이라도 더 내놓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니 형제들이 사이가 너무 좋습니다. 누나와 동생은 맨날 내가 돈을 내놓는다고 미안해 하지만 누나와 동생 희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농사나 지으면서 가난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형제들의 희생은 나한테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빚인 셈입니다. 크리스찬이 되고 보니 성경에서는 이런 점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이 노력을 강조하지만 사실 내 노력으로 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운 좋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진 빚을 갚으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하우스푸어 등 빚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금융기관을 끌어들여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부채라는 폭탄이 터질 것 같고, 빚을 갚기에는 상환 능력이 없고 빚을 면제시켜주려니 빚을 성실하게 갚는 사람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아마 빚이 생기게 된 원인이 된 사람들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임은 지우게 해야 할 것입니다. 빚을 진 개인도 그렇고 빚을 준 은행도 그렇고 그것을 그냥 내버려둔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감기든 사람들을 보살펴주어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일반 개인들도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빚에 책임이 있고 함께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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