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경퀸 Aug 13. 2023

대표가 사춘기입니다 002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면 이런 느낌일까 

왜 나에게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센터를 계속 다녔다고 한다면
돈이 참 무섭다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요가를 수련 한 기간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가 봐도 이 센터는 유독 강사가 많이 바뀌곤 했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S강사님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과 시간대의 강사들은 몇 달이 멀다하고 자주 교체되었다. 일개 강사인 나는 '아이고 또 그만두셨나봐요' 라는 말 뿐이 할 수가 없었다. 


3년간 센터와 함께 했던 선생님이 수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나도 명성으로만 들었던 S강사였다. 아쉬탕가를 오래 수련하기도 했고, 나를 좋아해주는 실장과도 라포가 깊게 형성되었던 분이었다. 수련에 진심으로 보였고 회원들사이에서 인기도 꽤나 좋았다.(사담이지만 S강사님이 그만둔지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선생님을 추억하는 회원들이 있다. 애착이 강했던 회원님은 그분이 그만둠과 동시에 요가를 그만두고 필테로 바꾸었다고 했다.) 


S강사가 오전 수업을 정리하는것을 보고 약간 짐작이 되긴 했다. 귀한 오전 수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좋은 자리(고페이, 근거리, 플라잉의 유무 등)가 났거나 먼 거리로 이사, 그리고 아예 직업을 전환하는 등. 극적인 상황인 경우가 많다. 뭐가 되었든 오후 수업도 그만 두겠구나 싶었다. 오전 강사가 S에서 M으로 바뀌었고. 


두 달 전부터 해당 센터에서 내게 몇 번이고 제안을 해왔다. 페이를 18%정도 인상해 줄테니 우리 센터 월수금 오후를 해 주면 안되겠냐는. 그 시간에 내가 수업이 없었다면 땡큐! 하면서 받았겠지만 이미 다른 센터에서 3타임을 하고 있었기에 고사했었다. 거절을 꽤 여러번 했음에도 연신 물어보는 모습이, 뭔가 꼬였구나 싶었다.  그리고 중순이 될 무렵 오후 수업이 폐강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폐강이었다. 


두 달 전부터 강사는 퇴사 의사를 밝혔고 
센터는 강사를 구하지 못했다

강사는 퇴사날보다 더 오래 수업을 하다가 나갔지만
원장은 강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뒤로도 원장은 한동안 S강사에 대한 비난을 하고 다녔다. 며칠 더 나와주는게 더 어렵냐며. 내가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거라면서 크게 화를 내었다. S강사를 잘 모르는 내 앞에서도 격양된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을 했으니, 아는 사람들과는 얼마나 더 심한 얘기가 오갔을까 싶었다. 센터가 강사를 못 구한것이 과연 나간다고 한 강사의 잘못일까.


강사 입장에서 S강사가 오히려 센터를 봐 준 셈이다. 퇴사 통보는 한 달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한 달을 더 채우고 2주를 더 채워주고 나갔다. 그 선생님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오래 다녔던 센터라고 해도 이정도 했다면 강사로서 최선 그 이상을 더 한 셈이다. 강사를 구하지 못한 센터가 1차적인 문제인데, 그 모든걸 '강사님의 사정으로 이번주는 폐강입니다 :)' 라고 올리며 강사 탓을 하는 것은 참 어린아이 같았다. 


사실 이 센터는 지리적으로 구인에 유리하지 않다. 신도시이기도 하고, 근처에 지하철도 없고. 버스 배차도 느려서 같은 시에 속하더라도 버스로 한시간씩 걸리는 곳. 나를 제외한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자차로 출근한다. 즉, 뚜벅이 강사들이 오기 까다롭다라는 뜻이다. 오전자리도 아니고 오후 자리인데 굳이 멀리멀리까지 올 강사는 없었다. 


경력이 있어도 마음에 안 들면 나가야 한다


2주 정도 그 뒤 어떻게 급하게 강사를 구했다고 했다. 센터의 메인은 월수금 오후인 경우가 많은데, 그 타임을 비울 수는 없을테니. S강사가 나간 자리를 채운건 경력 10년의 베테랑 강사였다. 자차로 오시는 분이었고 자차여도 한 30분은 걸려서 오는 것 같았는데 2주를 갓 넘었을 시점에 또 강사가 바뀌었다. 


10년차 강사도 원장의 변화무쌍한 마음에는 추풍낙엽이었다. 잘려나간 것이었다.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았고 적응을 못 했다고 하기엔 센터에서 수업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이유는 12월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원장이 아는 강사'들'로 12월 월수금 시간표를 구성했다. 애초에 원장은 10년차 강사를 오래 쓸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2주간 땜빵을 해줄만한 사람이 필요했을 뿐. 


퇴사한 다음에 알고 보니
이 센터는 지역 강사들에게 *블랙으로 올라가 있었다.

*블랙: 블랙리스트의 줄임말. 보통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을 행한 센터들의 이름이 공유된다.
작가의 이전글 대표가 사춘기입니다 0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