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기억이다. 네 시간 넘게 고속도로나 국도를 타야 하는 때였을 거야. 휴게소에 들어가면 고를 수 있었던 음료수 하나. 다른 곳에 갔을 때는 통 고르지 않던 투명한 주황색의 유리병을 집어 든다. 차를 한참 탄 탓에 멀미가 심했던 게 이유라면 이유일 테다. 돌려서 따는 알루미늄 뚜껑은 어려워. 엄마에게 내밀면 마법처럼 열려.
가끔은 잘못 고른 화이브미니. 목구멍을 팡 때리는 탄산 때문에 고갤 저었다. 이건 아냐. 비슷한 이름에 헷갈리는 모양이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그 이후로 휴게소에 가면 미에로화이바를 찾는 게 수순처럼 굳어졌다.
조금 더 커서는 세상에 너무나도 많은 달고 시고 펑 펑 입 안에서 불꽃놀이가 터지는 형형색색의 음료들에 빠져-
글쎄.
미에로화이바는 별로. 식이섬유 같은 거 관심 없는데. 넘 다이어트 관련된 것 같고.
그러다... 스물네 살 때였을까?
새벽 세 시마다 갈증에 시달리느라 편의점을 들락날락거리던 그때, 이젠 탄산으로도 풀리지 않는 어떤 불 같은 게 몸 한복판을 점령하고 있었을 때,
그냥 아주 우연하게 2+1 음료를 대충 고르다가 잡게 된 추억의 유리병.
편의점 문을 어깨로 대충 밀고 나와 해가 뜰랑 말랑한 새벽 파라솔 밑에 앉아서 내리 세 병을 마셔버린 이후엔.
게토레이도 이프로도 포카리도 네 캔 맥주도 냉장고에 쟁여본 적 없는 사람 치고는... 미에로화이바를 분기마다 채워놓고 살게 된 거다.
무슨 맛인지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이 맛과 향을 좋아해.
네 가지 다른 용량마다 각각의 개성대로 적시에 마실 수 있는 것도 좋아.
가방에 신나게 넣고 다니다가 다 미지근해져 버린 걸 마실 때.
아무리 뛰어다녀도 터질 탄산 하나 없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