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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Mar 27. 2021

3월 11일

오늘 자전거 가게에 자전거를 맡겼다. 2017 6월부터 2021 3월까지  번도 타지 않다가.

17 6  어느  평소처럼 자전거를 굴리며 하교하던 , 얼굴로 갑자기  벌레가 날아들었고 놀라 핸들을  꺾자마자 반사적으로 몸이 튕겨져 날아갔다.
전봇대에 부딪친 얼굴은 멍이 들고 터지고 여기저기 까졌다.
 전봇대 바로 옆에 소화전이 있었던   타고만 다니던 자전거를  타게  이유였다.

오늘 다섯 시에 퇴근하곤 선유와 쫄래쫄래 예전 집으로 갔다. 이사할  깜빡하고 자전거를  챙긴 탓이다. 아휴, 먼지가 뽀얀 정도가 아니다.

비밀번호 기억나?
 말에 무릎을 굽혀 자물쇠를 만져본다.

번호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다.
번호를 따로 변경할  없는 자물쇠여서  끝자리만 살짝 돌려놨었는데.
누가 가져가려고 여러모로 건드려 봤나 보다.
아이씨. 욕이 절로 나온다.
자전거 도둑들은  이렇게 많은지.
한창 학원가에 위치한 매장에서 일할 때는 자전거 벨과 전조등도 없어졌었다.
한참을 낑낑대다가, , 그냥 끊어달라하자!

끊어달란다고 끊어주나?
 되면 자전거 사진 예전에 찍은  보여주지 ...

고민이 무색하게 철물점에서는  번의 질문 후에는 , 하고 간단하게 끊어주셨다. 얼마예요? 에이 그냥 .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며 다른 거라도 사가겠다고 쭈뼛대며 말을 얹으려는 형국에 선유가 감사하다며, 다음에  오겠다고 말한다.

떡국을  번은  먹은  이런 데서 빛을 발하나?

 보이는 어딘가가  터져버린  같은 자전거를 데굴데굴 굴리며 자전거 가게로 향한다.
2015 3, 자전거를 샀을 때도 두어  방문했었다.
사장님 그때도 할아버지였는데 이젠 완전  할아버지시네요.
저는 벌써 2학년 8반이에요.

팔 호 광장에 위치한 자전거 가게는 사장님 아저씨가 그다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점이 맘에 들어.
다니던 곳만 다니는 습관이 있는데 그건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실   빛을 발한다.
알아보셔도 되지만...  알아보실 때가 제일 좋아.

사장님 아까 전화드렸었는데, 이래이래서 저래저래서 자전거  고치고 싶어서어...
에그 망가졌으면 사지  고치구 그래요.
그래도 정들어서 고쳐보려구...

그러자 좀 전에 선유가 자전거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얼마에 샀냐고 물어본  생각났다.

30   넘게... 근데 이젠 팔지도 않어.
철물점 가서 자물쇠 끊고 자전거 고치고 하면 비슷하게 나오는  아냐?
그럴 수도 있지 .

아니,  얘기가 현실이  건가? 언뜻 봐도 내가  만한 애매한 자전거들은 취급하지 않는  작은 가게에서 자전거를 하나 골라야  판인 건가? 전기자전거 사는 건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두고 가고, 삼만 원이에요.
?

지금  자전거를 삼만 원에 폐차하시겠단 얘기?

내일 아침엔 돼요. 이거 갈고, 세수도 시켜주고.
그게 삼만 원이에요?
.
사장님  그거밖에  받으세요?

노년의 기술자 분들이 현재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나는 아주 복합적인, 누가 보면 웃길 만한 감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친다. 누가 누굴 걱정해. , 허세 떨지 말고 알겠다고 , 아니 나는 아직 생생해서   날이 많잖아,   지금 누굴  보고 판단해, 편견 쩌네 진짜. 사장님 건물주 분이면 어쩔 거야, ... 그런가...

대신 뒤에 요고요고, 후미등이랑 자물쇠까지  주세요.

아아. 단돈 사만 사천 원에 다가오는 봄날을 열고, 무한정 달릴 힘을 얻게  거다.  청춘 만화처럼.
자전거가  고쳐졌으면 좋겠다. 셀프 세차장에서 세차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다가... 괜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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