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잭슨 브라운 주니어(H. Jackson Brown Jr.)
2023년 11월, 남편이 정관복원수술을 한 후로 1년 반정도가 지났다.
우리 첫째는 어느덧 4살이 되었고 아직도 둘째는 없다.
수술 후 검사에서 남편의 정자 수는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있었다.
오래 쓰지 않은 기능이라 퇴화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점점 좋아지는지 지켜보자는 의사선생님.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결과는 그대로였다.
다른 비뇨기과들을 찾아가 재차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진단은 없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살아있는 정자가 몇마리 없고 거의다 죽거나 활동성을 잃은 상태라는 것.
자연임신에 대한 가능성은 '어쩌면 될수도 있다.' 였다.
어느 병원에서는 정관수술이 원인일수 있다고했고, 어느 병원에서는 복원수술때문일수 있다고 했다.
복원수술이 아예 실패는 아닌것 같은데 도대체 왜 다 죽거나 기형이 되어서 배출이 되는건지 납득이 안됐다.
매달 한 줄이 뜨는 임신테스트기를 마주할때마다 깊은 터널같은 고민이 시작됐다.
이 희박한 확률에 기대어 기약없는 시도를 계속할지, 난임센터를 가봐야할지.
생각에도 없던 시험관 아기라니,
안해도 될 일을 해서 한번 고통을 받아보니, 새로운 일을 또 저지르기가 겁났다.
난임센터에 가기전에 내가 아이를 '이렇게까지' 낳아야하는지 검토해보기로 했다.
1. 부부중 한명이라도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자
그냥 '둘째 출산'만으로도 버거운데 심지어 난임치료라니. 둘째가 갖고싶은게 나뿐이라면, 혹은 남편이 '둘째가 있으면 좋지'정도의 애매한 마음이라면 난임치료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2. 난임치료의 리스크
너무 많은 과배란과정을 겪으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들었다. 시험관 평균 성공률이 회당 30%정도 된다고 하니, 만약 한다면 횟수를 이식 3회 내지 4회로 정해놓고 시도하기로 했다.
3. 첫째에게 미치는 영향 고려
시도횟수가 3회라고 해서 난임치료과정이 3달만에 끝나는 건 아니다. 몸 상태에 따라서 채취가 불가능한 달도 있을수 있고, 채취를 했는데 수정이 안되는 경우가 있을수도 있다. 동결배아를 얻지 못하면 과배란, 채취부터 다시 해야한다.
이 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데, 첫째에게도 한번 밖에 없는 찰나의 시절을 엄마랑 물놀이도, 달리기도 못하고. 재미없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우리는 난임센터에 가기로 했다.
먼저 여성 가임력 검사를 받고나서 난임치료 상담을 헸다.
피검사, 나팔관조영술, 초음파 검사까지 마친 후 첫번째 상담에서 의사선생님은
"유산없이 첫재를 자연임신하고 출산했다면 배란유도 아니면 인공수정에서 잘 될 거다."라고 하셨다.
영 좋지않은 남편 쪽 상태를 전달하자 이렇게 호언장담하셨다.
"아이~ 괜찮아요. 혹시 시험관 해야하더라도 요즘은 정자가 한마리만 있어도 시도가 됩니다. 어차피 다른 검사들도 있으니까, 다음 주기까지는 배란유도제 쓰면서 자연임신 시도 한번 해보시죠"
일년이 넘는 긴 고민에 비해 너무나 긍정적인 상담이었다.
의사선생님의 시원한 대답에 갑자기 근거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지금 난임치료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정관을 싹독 잘라버린 일보다 훗날 더 큰 후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고로 사람은 했던일보다 하지않은일을 더 후회한다고 했다.
"그래! 일단 해보면 되지 뭐! 의학이 이렇게나 발전했는데!"
이렇게 부푼 희망을 안고 둘째를 향한 우리 열차는 띠띠뽀뽀 다시 출발했다.
비록 의사선생님께서 일주일 후 남편의 검사결과지를 받아들고 말을 살짝 바꾸셨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