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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안 Aug 02. 2023

프롤로그, 사람 참 간사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 혹은 이년이었다.



아주 초반에, 그러니까 약 2년 전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막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때 작가를 뽑는다기에 냉큼 지원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낙방. 그때는 주제에 경쟁력도 없었고 지원서를 쓸 때의 전략도 없었다. 그냥 지원서만 제출했다.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가 막무가내로 지원한 것처럼 보였을 거다.


떨어진 이후의 대처도 아마추어였다. 브런치의 ‘ㅂ’만 보여도 날 떨어뜨렸다는 분노에 마음속으로 치를 떨었다. 사실은 부끄러움이었다. 꽤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글을 써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으니 말이다. 그 후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점점 승승장구했고 내 가슴은 더 아려왔다. 그래서 애써 더 외면했다.


그런데 딱 2년 후, 정말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친구가 나의 글을 보고 “브런치와 잘 어울린다”는 한마디를 던졌고 난 그걸 물었다.(이 친구에게 당시에 고맙다고는 했지만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못해서 아쉽긴 하다. 다시 한번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랫동안 굳게 잠겨있던 가슴속의 자물쇠가 부지불식간에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글 쓸 주제를 정하고, 작가를 지원하고,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이틀이었다. 아니 어쩌면 2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난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꿈같은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이 글이 브런치 작가가 된 후 4개월 만의 첫 글이다..!



그렇게 원하던 작가가 된 후,
드디어 4개월 만에 첫 글을 쓰다.



원래의 계획이었던 “민감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주제로 쓰려고 했던 글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도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았고, 여러 종류의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계획대로 쓰지 못했다. (물론 핑계지만..)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하루에도 몇 번씩 특히 여유가 조금 있는 날에는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강하게 짓눌렀다. 그 돌덩이를 무시했다는 게 더 놀랍지만..


어쨌든 4개월 내내 날 힘들게 했던, 하지만 그래도 나의 믿는 구석이었던, 어쩌면 그래서 소홀했었던 나의 브런치 기고 글의 전체 타이틀이 바뀔 수도 있는 “중대사안”이 생겨 계획에도 없던 급히 펜을 들었다. 진짜 펜을 들고 습작 공책에 프롤로그를 써 내려갔다. 사실 이렇게 하나라도 올려놓으면 좀 더 의무감을 가지고 다음 편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나에게 보내는 아주 작은 기대 또는 협박이기도 하다.


자, 그래서 그 중대한 사안이 뭐냐하면 앞서 말했듯

글의 주제는 <민감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부제 : 타인과 살아가며 깨닫게 된 흥미로운 일상 분석 이야기)>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 내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을 풀어보려 한다. 그냥 평범하면 재미 없으니 거기에 철학과 심리학을 살짝 곁들인... 이걸 나는 ‘일상 분석 이야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분석‘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익숙하다. 왜냐하면 나의 MBTI는 ENTP(확신의 엔팁)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엔팁‘이었다’. 이게 바로 내가 예정에 없던 프롤로그를 쓰게 된 계기이자 글의 정체성이 흔들릴 뻔한 이유이다.



이쯤에서 알아야 하는 사실이 두 가지가 있다.


1. ENTP는 유행을 선도하거나 본인의 개성을 살리는 유형이다. (나는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 않는 편이다. 내 마음에 들어야 하고 싶고 남들이 하는 건 대개는 하지 않는 편, 내가 가장 먼저 하거나 하고 있던 것도 남들이 많이 하기 시작하면 흥미가 떨어진다.)


2. 내 단짝친구와 나는 심리테스트를 굉장히 좋아해서 매달 ‘이달의 MBTI’를 선정(?)한다. 확신의 엔팁이었던 내가 동공지진이 일어난 사건은 2023년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일명 ‘7BTI 사건‘. 사실 매달 MBTI 검사를 하자고 해놓고 제대로 한 건 손에 꼽았다. 근데 그날은 뭐에 홀린 것마냥 슉슉 진행했는데 결과가 느닷없이 INFP가 나온 것이다.



아, 사실 느닷없이는 아닌 게 제일 처음 검사했을 때(약 5년 전?) ENFP가 나온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엔팁이었다. 간편 테스트 같은 걸 해도 무조건 엔팁이 나와서 5년간 확신의 엔팁으로 살고 있었으니 충격받을 만하지..


아, 사실 느닷없이는 아닌 게(2)

최근 어떠한 사유로 INFJ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었다. ENTP에서 INFP로 바뀐 건 너무 대대적인 변화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어떻게 해도 J는 안 나오는 나..^^)


사회에 찌들어서 로봇처럼(?) 어떠한 연유로 그런 결과가 도출되었는지에 중점을 두며 살아가고 있는 내가 F가 나오다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잊고 있던 본래의 내 모습이 머릿속에 하나씩 스멀스멀 올라왔다.


속으로 너무나 많은 고민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것,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으로 양보해 주고 일정한 선을 넘으면 가차 없이 잘라내는 것, 그리고 예전의 나에겐 큰 힘듦이었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내면이 다르다는 것 등.. 이런 건 이엔티피의 특징에서는 볼 수 없어서 그냥 내 성격이겠지 하고 넘겼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과거의 나의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 사실 느닷없이는 아닌 게(3)

원래 ‘확신의 엔팁’이었을 때도 세부항목을 보면

E/I, T/F, P/J의 비율은 거의 절반씩 차지했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성향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다중이라고 칭하기도 했었다ㅎㅎㅎㅎ



아 그래서 전체 글의 콘셉트를 바꿔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MBTI 결과가 바뀌었다고 해서 내가 바뀐 것도 아니고, 지금은 내 안의 INFP(인프피)가 세상을 보고 싶은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난 계획대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글을 써보겠다.


오늘의 결론 :
1.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나에게 꿈같은 일이다.
2. MBTI 결과가 바뀌었다고 해서 내가 바뀐 것이 아니다.
3. 지금은 다중이 중 INFP(인프피)가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기간이다.
4. 앞으로 쓸 이야기의 주제는 변동 없다.
- 주제 : 민감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부제 : 타인과 살아가며 깨닫게 된 흥미로운
   일상 분석 이야기)
5. 잘 부탁드립니다.


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써봤습니다.

첫 글이라 긴장도 되고 그러네요.

편하게 들르셨으면 좋겠어요.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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