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6일의 단상들
1. 오늘 아침에는 끝눈이 내렸다. 꽤나 크고 두터운 눈발이 짧은 찰나에 건물 새로 듬성듬성 내렸다. 올해의 첫비가 인사를 건넨 지는 이미 오래고, 경칩이었던 어제의 퇴근길부터는 밤새도록 포근한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또 공기가 얼어붙었나. 온갖 기운들이 마음껏 엇갈리고 교차하는 3월의 날씨답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첫눈과 첫비, 그런 것들에만 주목하는 걸까. 새로운 계절을 향한 기대감으로 잔뜩 무장하게 만드는 첫눈도 좋지만, 한 계절 잘 살아냈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끝눈에 왠지 더 마음이 동한다.
2. 한동안은 루틴 같은 것들이 나를 지독히 옭아매고 있다고 생각했다. 볕 아래로 나아가 일정량의 광합성을 하고, 문을 활짝 열어젖혀 방을 환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기 전 목소리를 주고받는 일 같은 것들 외에는 딱히 엄격한 장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나치게 계획적인 인생이 내 자유로운 몸짓을 제한한다고 느꼈으니까.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는 정말 이상하게도 깔끔히 짜인 하루 일정이 내게 생기를 잔뜩 불어넣어 주고 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급하게 휩쓸리던 마음들이 다람쥐가 쳇바퀴를 굴리듯 살아가기 시작하니 차츰 진정이 된다. 부담 없이 밖으로 나가 아침의 찬 공기로 단잠을 깨우고, 한창 달린 끝에 사들고 온 한 잔의 커피로 하루를 열고, 복작한 사람들 틈으로 가 부단히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잠에 들기 전에는 하루를 차근히 돌아보는 다독임의 시간을 갖는 것. 그 항상성을 열심히 지키는 것 하나만으로 사람이 참 견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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