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초대받아 놀러갔다가 선물 받은 책입니다. 디자인도 정말 예뻐요.
심보선 작가님은 시인이기도 하고, 대학의 교수님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글을 읽으면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말을 사뭇 가까이 다가가 이해하는 기분이 듭니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이의 생각에 풍덩 빠져서 맘껏 헤엄치다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에요.
물론 에세이를 읽은 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길 바라면서요.
이번엔 제가 만난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깊이 생각함'이란, 느긋하게 산책을 할 때라면 한 송이 꽃을 보고도 쉽게 느낄 공통성의 기초를, 생존의 흐름에 내몰리고 휩쓸릴 때에도 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p.64)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입에 물고 되뇌였던 문장입니다.
연대성과 아름다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저 역시 경험했습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냐 라고 생각하는 것이 시작점이었어요.
물론 내 자신을 챙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타자 역시 또 다른 자신으로 서 있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겠어요.
'저녁이 있는 삶'은 '과로'라는 노동의 양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과도한 노동량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의 질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노동 조건, 실업의 불안에 덧붙여 주체성 자체를 잃는 존재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p.242)
작가님은 이 문장 이후에 '저녁이 있는 삶'보다 '삶이 있는 저녁'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노동의 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노동의 양을 줄여줬으니 이제 됐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사람의 인격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야 어찌됐든 노동 시간만 줄여주면 모든 게 오케이라는 말처럼 들리더군요.
내 정체성을 채워가는 일과 놀이가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 이상적인 말일까요?
읽다보면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렇지만 또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지 않겠느냐며 초대 받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