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교회에서 독서모임을 하면서 필립 셸드레이크의 <도시의 영성>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독서모임을 주최하면서 가졌던 목적은 2가지였는데요. 첫 번째는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주제나 부분을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구요. 두 번째는 영성이라는 것이 개인의 영성 차원 뿐 아니라 공적 영역, 즉 공공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함을 알았으면 좋겠다하는 것이었어요. 다행히 이런 목적이 독서모임 중에 나누어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도시의 영성>은 도시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나 경제적 중심지로만 여겨지는 것을 넘어서, 영적 상호작용과 인간 경험의 중요한 장으로 인식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어요.
1. 도시 공간의 의미 재정립
셸드레이크는 도시를 인간의 사회적, 문화적, 영적 체험의 장소로 재해석합니다. 전통적으로 영성은 조용하고 고요한 자연 환경이나 수도원적인 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셸드레이크는 도시가 영성의 새로운 장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합니다.
특히 도시 공간이 갖는 다양성과 상호작용의 본질은 영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하는데, 그는 이를 통해 현대인이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더 나은 자기 발견과 영적 성찰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도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게 얽혀 있는 곳이며, 이는 상호의존성과 연대성이라는 영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영적 장소로 변모합니다.
2. 장소와 정체성
<도시의 영성>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주제는 장소와 정체성의 상관관계입니다. 셸드레이크는 인간의 정체성이 물리적 공간, 특히 도시라는 장소와 어떻게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도시는 단순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적 기억과 공동체적 의미가 축적된 공간입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공간을 깊이 이해하고,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그는 영적 장소성(spirituality of place)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도시에서 무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공간들—공원, 광장, 거리, 건물—이 내면의 영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공동체와 영성
셸드레이크는 또한 도시에서의 공동체적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도시가 개인화된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공동체의 역할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도시 내에서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연결이 중요한 영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그는 공공 공간에서의 만남, 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람들 간의 영적 연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4. 공동체적 환대
환대의 개념은 <도시의 영성>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셸드레이크는 환대를 단순한 행위 이상의 영적 실천으로 봅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행위는 인간 사이의 깊은 관계성을 형성하며, 이것이 도시의 영적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환대는 자기와 타인의 차이를 넘어 연결의 다리를 놓는 일이며, 이를 통해 영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현대 도시에서 환대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도시의 복잡한 사회적·경제적 구조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환대의 실천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도시 영성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영성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요, 도시 공간과 인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어떤 영성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