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소닉붐 프로 농구 직관 후기
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방학. 아쉬운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농구 직관을 계획했다. 어쩌면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이 될지도 모르기에 무리해서 평일 7시 경기를 예매했다. 2022년 첫 직관 이후 KT 소닉붐의 팬이 되어 매 시즌 응원하고 있는데 과연 농구의 매력은 뭘까?
#1 : 선수와의 내적 친밀감. 그는 나를 몰라도 나는 그를 안다.
경기 2시간 전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10분 정도를 기다리니 구단 버스가 막 들어왔다. 우리가 응원하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늘 화면으로만 접하던 선수들을 실제로 접하면 압도적인 피지컬에 감탄하게 된다. '슬램덩크 강백호가 이런 느낌이겠지'하면서 말이다. 선수들은 우리의 존재를 모르지만 우리는 선수의 드래프트 순위부터 출신 대학, 경기 스타일, 최근 경기 기록 등 선수들에 대해 잘 안다. 아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선수들을 동영상으로 남겼고 딸아이는 좋아하는 선수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선수에서 셀카까지 부탁하기도 했다. 비록 양방향은 아니지만 우리에겐 선수들에 대한 심리적 친근감이 있다.
#2 : 팀의 성적이 마치 나의 성적 같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양 팀 선수들이 벌써부터 몸을 풀고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최근 KT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기면서 3연패에 빠졌다. 승률 0.5를 지키는 것도 힘든데 심지어 홈경기 승률이 낮아서 제발 오늘은 이기길 바라는 마음에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살피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아이들도 이렇게 응원까지 왔는데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고 두 손을 모았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그날의 기분도 달라지니까.
#3 :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모두가 하나다.
관중석에는 서서히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KT는 1 쿼터부터 상대팀 서울삼성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3 쿼터까지 최대 17점 차까지 나며 계속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어이 오늘도 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KT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목청 높여 KT를 응원했다. 내 앞에 잠든 아이를 안고 있는 아이 엄마도, 내 뒤 어린 두 딸을 데려온 가족도, 내 옆에 혼자 관람을 온 남학생도. 서로를 모르는 우리지만 우리는 그렇게 KT의 승리를 위해 응원했다.
#4: 이제부터 이 경기는 나의 경기다.
4 쿼터에 들어서며 상대의 턴오버와 파울이 계속되며 KT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결국 4 쿼터 마지막 찬스에서 슛을 넣고 경기는 동점,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질 것 같았던 경기가 되살아나며 경기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연장전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웠다. 응원하느라 손바닥은 벌게졌지만 심장은 더 뜨거웠고, 목청껏 소리를 질러 귀가 먹먹했지만 우리의 함성은 더욱더 코트로 향했다. 수비 하나, 리바운드 하나, 슛 하나에 KT 팬들의 탄식과 함성이 교차되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관찰자가 아니다. 이건 나의 경기가 되었다. 점수차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다 남은 시간이 0초가 되던 그때, 두 팔을 치켜들고 마지막 함성을 지르는 순간, 그렇게 우리는 승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팀의 승리가 왜 나에게 성취감을 주었을까.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나 대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이루어 내기도 하고 정해진 규칙과 공간 안에서 짜인 각본도 없이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나간다. 내가 응원하는 구단과 선수의 서사를 함께하며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승리로 하나가 되는 짜릿함도 만끽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효과는 확실한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 때문에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승패를 떠나 한 경기 한 경기를 나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삶과 닮아 있어서이기도 한 것 같다. 스포츠를 보며서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관중도 상대도 심판도 없이 코트 위에 외로이 우뚝 선 나를 위해 내가 지르는 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