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기 vs 인간 광기

by 꿈꾸는나비

나는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실제 활용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 KBL에서 농구 데이터를 이용한 데이터분석 경진대회가 있었고 나는 실전 경험을 쌓고자 대회에 참가했다. '농구의 슈팅 차트를 이용한 전략 분석'을 목표로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슈팅 차트의 슛 좌표를 수집하고 이를 농구코트 위에 매핑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데이터를 불러와서 정제하고 원하는 구조로 만들어 시각화하기까지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았다. 개념을 이해해야 했고 생소한 라이브러리를 써야 했고 그래서 AI의 도움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AI의 큰 특징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광기였다.


우선 AI는 몰라도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있는 라이브러리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AI가 알려준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된 답변임을 알려주면 어김없이 '사실은 이거였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정보를 제시했다.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답으로 A안을 제시했다가 안된다는 나의 대답에 B안을 제시하고, 그래도 내가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하면 왜 안되는지 알 것 같다고 C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수십 개의 안을 내가 직접 해보고 에러를 찾아 헤매는 동안 AI는 그렇게 나를 학습시키고 학습하는 나를 AI가 학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는 심지어 답안을 2개 내주며 어떤 것이 더 나은 답변 같냐며 종종 물어보기도 하고 나를 미로 속에 밀어 넣고 살려줄 듯 다시 밀어 넣고 살려줄 듯 다시 밀어 넣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언젠가부터 나의 집념도 광기로 바뀌었는데 AI의 해결안을 밀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AI 못지않은 인간의 광기를 내뿜으며 나는 무사히 경진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의 광기가 표출된 순간은 AI가 남긴 저 'ㅋㅋ... ' 였던 것 같다. AI의 저 조롱 섞인 자음 두 개가 그 새벽에 나를 얼마나 화나게 하던지. AI에겐 없는 인간의 분노와 격분. 그것이 나의 집념과 만나 광기로 폭발하던 순간이었다. 그 광기로 나는 새로운 버전의 나로 업그레이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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