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점막하종양을 제거하다.
3년 전부터 추적하던 위의 점막하종양이 올해는 좀 커졌다.
의사 : 4cm 정도가 되니 내시경 시술로 제거하거나 외과로 옮기셔서 복강경으로 수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 : 내시경 수술로 어떻게 제거하나요?
의사 : 식도에 구멍을 뚫고 터널을 만들어 종양까지 내려가서 제거하게 됩니다. 위 점막은 건드리지 않고 점막아래 종양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나 :??? (식도 두께가 얇은데 터널을 뚫는다고.???) 수술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의사 : 보통 시술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위점막하종양을 내시경을 통해 제거하는데 나는 수술이라 하고 의사는 계속 시술이라 했다. 수술과 시술의 차이가 뭐지? 시술? 좀 간단한 수술이 시술인가? 그런데 전신마취도 하고 입원도 일주일 해야 한다고?
이때부터 수술과 시술의 차이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수술 : 질병이나 외상에 대하여 피부나 점막을 절개하여 시술하는 외과치료행위
시술 : 의료인이 환부의 개선을 목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수술과 유사하나 비관혈적(병변을 노출하지 않고)으로 치료하는 내시경시술, 카테타시술 등 (출처 : 위키백과)
단어의 정의와 통상적 의미, 그리고 검색을 통한 결론은 매스로 내 피부를 절개하고 병변으로 직접 접근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내 입으로 내시경을 넣어 종양을 제거하면 시술, 복부에 구멍을 뚫어 복강경으로 제거하면 수술. 그런데 시술이라고 하니 왠지 좀 더 가볍게 느껴졌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 흔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레이저나 초음파, 주사 시술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위점막하 시술을 받기 위해 편한 마음으로 입원했었다. 입원 다음날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간호사들 간의 대화가 가벼웠던 시술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시술 환자인데 수술방으로 배정됐네요?"
"그러게요, 선생님이 수술방에서 시술하시겠다고 했어요."
뭐지? 이거 위험한 시술인가? 아닐 텐데. 천공 위험도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수술방으로 옮겨져 심전도와 혈압기를 부착하고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2시간 안에 끝날 거란 시술은 3시간 넘게 걸렸다. 마취에서 깨어나며 구역질이 밀려와 위액과 피를 뱉어냈고, 내 위의 위치를 콕 집을 수 있을 만큼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가슴 정중앙에 만져지는 커다란 드레싱은 혹시 문제가 생겨 개복을 한 걸까? 하는 공포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술인데... 이렇게 아프다고?
전신마취 후유증으로 한동안 구역질을 했고 종양이 제거된 통증으로 진통제를 며칠에 걸쳐 맞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슴의 드레싱은 가스를 빼기 위해 사용한 주사자국이었다. 시술 후 내 침상에 '절대안정'이라는 푯말이 꽂혔고 이틀간 침대밖 이동이 금지된 채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었다. 내시경으로 천공과 출혈이 없다는 담당 의사의 확인 후에야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퇴원 전까지 심전도와 산소포화도기를 몸에 부착하고 있어야 했다.
나는 이전에 관절경으로 무릎 연골을 수술을 한 적이 있고, 전신마취로 가슴 4cm를 절개하고 종양을 제거한 적도 있고, 복강경으로 자궁수술을 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 시술이 가장 힘들었다. 시술은 결코 수술보다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환자 입장에서는 아픈 부위의 치료와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의술이기에 경중을 따질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의료장비와 기술 발달로 이전에 행해지던 수술이 시술로 대체되기도 하고 새로운 의술이 행해지므로 수술과 시술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병변에 접근하는 방식만 다른 의술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의 검색어! 수술과 시술은 병변의 접근법에 따라 구분될 수 있지만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의술이다. 특히 시술은 가볍게 볼 의술이 아님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