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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비 Sep 05. 2023

6. 스도쿠(Sudoku)! 조선의 수학을 알려주마!

무심코 지나친 소중한 것들을 오늘은 알고 싶습니다.


몇 달 전부터 나는 저녁 시간 모든 집안일이 끝나면 스도쿠를 하고 있다. 스도쿠는 가로 9줄 세로 9줄로 구성되어 있는 81칸의 정사각형에 가로, 세로 그리고 동시에 가로 세로 3칸씩 구성된 9개 칸에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한 번씩만 들어가게 하는 일종의 숫자 퍼즐이다. 다양한 스도쿠 어플과 사이트가 있는데 나는 그중 하나를 골라 이면지 뒤에 옮겨 적어 문제를 풀곤 했다. 왜 핸드폰 어플을 안 쓰고 종이에 옮겨 적냐는 남편의 말에 나는 일단 손으로 문제를 푸는 게 좋기도 하고 노안이 있어 핸드폰으로 작은 숫자를 들여다보기 위해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기가 귀찮다고 했다. 한 달 전  남편은 나에게 스도쿠책 한 권을 사줬다.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스도쿠는 큼직한 숫자에 옮겨 적지 않아 편하고 좋았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스도쿠'를 알게 된 것이었다.


나는 스도쿠가 일본에서 만든 숫자퍼즐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사 온 책 첫 장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스도쿠는 일본어 스도쿠(数独)에서 유래한 말로, '겹치는 숫자가 없어야 한다.' 또는 '한자리 숫자'라는 뜻이다. 이 게임은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개발한 '마술 사각형'이란 게임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본의 한 퍼즐회사가 1984년 '스도쿠'라는 브랜드로 개발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랬다. 스도쿠의 시작은 따로 있었다.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 오일러? 내가 아는 그 오일러?? 오일러는 지수와 로그의 관계를 정립하고 삼각함수를 정의하고 미적분학과 정수론, 기하학에 큰 업적을 남긴 수학자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한붓그리기도 이 오일러의 업적이다. 스도쿠의 역사를 좀 더 찾아보니 흐름은 이랬다.

오일러의 라틴방진(Latin Square)  
--> 1892년 프랑스의 일간지 《Le Siècle》가 두 자리 숫자를 이용한 스도쿠와 같은 방식의 퍼즐을 게재
--> 1895년에는 다른 일간지《La France》가 한 자리 숫자로 9 ×9의 바둑판을 채우는 퍼즐을 게재
--> 이후 1차 세계대전 후 사라짐.
-->  1979년 당시 74세의 건축가였던 미국의 Howard Garns가 현재의 모습으로 변형하여 1979년 5월 미국의 '델 매거진즈'(Dell Magazines)가 잡지 《Dell Pencil Puzzles & Word Games》에 "Number Place"로 소개
--> 1984년 4월 일본의 출판사인 '니코리'(ニコリ, Nikoli)가 출판한 잡지 《퍼즐 통신 니코리》(パズル通信ニコリ)에 '스도쿠'라는 이름을 붙여 수록하면서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 (출처-위키백과)


매일 스도쿠를 풀면서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단지 방정식 풀리듯 풀리는 9개 숫자의 재미만 알았을 뿐. 그리고 라틴 방진에 대해 알아보던 중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틴방진은 우리가 잘 아는 마방진과 같은 개념인데 조선 문인이자 수학자 최석정(1646~1715)이 1710년~1715년 경 출판된 것으로 여겨지는 수학서 '구수략'에 서로 직교인 9X9 라틴 방진 쌍 및 (서로 직교가 아닌) 두 개의 10X10 라틴 방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9차 직교 라틴방진은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발표보다 67여 년 앞서는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기록이며 해외 학계에서도 인정받아 2007년 출판된 Handbook of Combinatorial Designs(조합론 디자인 편람)에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도쿠의 기원과 수학적 배경을 따라가다 보니 조선의 수학자 최석정과 그의 책 '구수략'이 등장한 것이다. 조선 후기 수학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당시에도 수학을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전개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스도쿠의 역사에서 오일러의 라틴방진 앞에 최석정의 마방진을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 스도쿠를 풀때마다 구수략을 떠올릴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검색어는 '시대를 앞서갔던 조선의 수학 구수략' 입니다.



※부록. 스도쿠의 재미난 이야기

1. 미국의 Dell Magazines는 현재 'Number Place' 대신 'Sudoku'란 이름으로 책을 출판하고 있음.

2. 스도쿠가 단 하나의 해답을 가지려면 적어도 17개의 칸의 채워져 있어야 함. 16개 이하의 칸이 채워져 있으면 항상 두 개 이상의 해답이 존재함. 이의 증명은 2012년 수학자 Gary McGuire에 의해 알려졌음.

3. 2017년 세계 스도쿠선수권 대회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음.

4. 스웨덴의 수학천재 아토 인카라 박사가 스도쿠 문제를 만들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알려져 있음.

5. 수도쿠는 간단한 규칙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풀 수 있는 수학적 방법은 없다. 경우의 수를 대입하는 방법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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