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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미 Feb 25. 2022

초등학교 보내는 엄마의 마음

‘고민’보다는 ‘각오’로, ‘걱정’보다는 ‘신뢰’로

‘이 고민’은 아마 1년 전 쯤부터 했을 것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워킹맘으로 회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아슬아슬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아이가 1~2세 때는 너무 어려서 걱정했습니다. 등원을 시켜놓고도 어린이집 현관문 앞에서 쉬이 발길 돌리지 못해 동동 거렸습니다.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났고, 급한 마음으로 운전해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기 일쑤였습니다. 아이가 3~4세 때는 등원 거부로 힘들었습니다. 이뿐인 가요. 뚝하면 걸리는 감기로 인해 회사에 눈치 보며 연차쓰기 바빴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버텼는지 참 제 스스로 참 대견하고 용합니다. 남들처럼 친정과 시댁 찬스는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는 홀로 사시며 내복공장을 다니시고, 친정엄마도 홀로 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는 어머님 두 분의 마음을 백 번 이해하기에 애초에 신랑에게 말했습니다.      


“자기야~ 우리 아이는 우리가 낳았으니 우리가 알아서 책임지자. 괜히 양가 어머니께 부탁드리고 그러면 시어머니도 공장 쉬셔야 하고, 우리 엄마도 식당 못하시니. 우리가 알아서 하자.  그게 맞는 것 같아.”     


그런 마음으로 7년을 버텼습니다. 양가 부모님 찬스 바라지도 말고, 서로의 연차를 아껴 쓰며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 병원행 등을 슬기롭게 버텨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7세부터 다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 고민은 바로 초등학교 하교 후 문제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간 시간은 6시 15분쯤. 오후 4시부터는 연장반에서 활동하며 엄마 오기만을 기다렸던 아이는 이제는 7세가 돼 어린 동생들을 돌봐주며 동생들 하원도 도와주는 ‘착한 언니’가 돼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남은 아이가 1명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위안이 됐고, 어쩌다 한 번씩 제일 마지막으로 아이를 하원 시키는 날이면 미안함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덟 살이 돼 초등학교를 가야 한다니 기특한 마음보다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힘들었는데 여기서 더 힘들어야 하나? 아이는 하원 후 집으로 잘 올 수 있을까? 집에 와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을까? 등등 걱정은 꼬리를 물고 잠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 동료는 걱정하는 제게 마음에 닿는 조언을 전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가 당연히 힘들지... 아이도 초등학교가 처음이고,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처음이니깐. 그런데 자기야 그거 알아? 우리 아이들이 생각보다 강해. 혼자 스스로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이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 뭐든 다 해주려고 하니깐 힘든 거야. 자기가 키운 딸이니깐 딸을 한번 믿어 봐봐. 잘 설명해주고 알려주고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기다려주고 옆에서 응원만 해줘봐. 나날이 좋아질 거야. 아!!! 그리고 미리 말해주는 건데. 초등학교 2~3학년 되면 엄마보다 친구를 더 찾을 걸. 그때 서운해 하지 말고! 1년만 잘 버텨 봐. 힘들면 얘기하고, 내가 들어줄게.”     


그 말을 듣는데 저에겐 지금 필요한 명언처럼 귀가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키운 딸이니깐 딸을 한번 믿어 봐.”라는 말이 너무 감동적이고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고민’보다는 ‘각오’로, ‘걱정’보다는 ‘신뢰’로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3월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새로 사준 책가방은 맨 아이는 설레는 마음이 표정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나, 너무 떨려. 아! 그리고 초등학교 가면 허리를 이렇게 세우고 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아야 한 대. 그리고..... 한글도 많이 배우고, 수학도 많이 배우고.... 아후~~~ 나 어쩌지? 나 너무 바쁠 것 같아. 아후~~ 너무 떨려.”     


아이가 태어나서 이토록 설레고 떨려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처럼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이토록 행복한 긴장을 하는데 엄마는 걱정보따리만 안고만 있었습니다. 그 걱정보따리를 풀기 위해 아이를 앉히고 꾸준히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어떻게 하라고 했지??? 하교 후 횡단보도에서는 좌우를 살피고, 또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서도 자동차를 조심하고!! 방과후 교실 찾아갈 때는..... 등등등”     


몇날 며칠 잔소리를 이어가니 딸 하는 말...........     


“엄마,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하니? 나 혼자 할 수 있거든!!!!”     


당돌하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까. 이제 아이는 더 이상 영유아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어린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제가 키운 딸이니 실컷 믿어보고자 합니다.      


푸른솔초등학교 1학년 안유나 파이팅!!!!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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