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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르바 Jul 06. 2016

독립선언문 #7. 조명

1988 자취생활기록지

지난해 자주 카페에 갔다. 거의 퇴근시간이 어스름한 저녁을 향하는 날에는 항상 찾았다. 카페는 항상 같은 곳이었다. 10잔을 먹으면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쿠폰으로  4, 5잔은 족히 먹었을 정도로 자주 찾은 곳이다. 그 카페에가면 무언가에 집중하기에 매우 좋았다.  


그 카페가 유난히 집중히 잘된 이유는 카페의 조도 때문이다. 그 카페는 Bar처럼 조도를 어둡게 한 대신 테이블마다 노란색 전구가 달려있는 스탠드를 두었다. 전체 조도를 낮추니 다른 주변 사물 및 사람에 대한 신경이 덜갔다. 은은하게 비추는 스탠드 조명이 테이블 위만 바라보게 했다. 나는 이사를 하면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스탠드를 구매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틀전 조명을 구입했다. 정말 카페에서 사용하던 조명과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제도스탠드라고 불리는 조명이었다. 모양이 콤파스처럼 생겼는데 그래서 이름 붙힌 듯 하다. 제품은 검정색과 빨간색이 있었는데 나는 빨간색 제품을 골라 주문했다. 예전에는 모던한 색상이나 파스텔톤의 색상을 좋아했는데 요즘 눈에 들어오는 건 죄다 원색계열이다. 그 중에서도 빨간색은 빈티지한 매력이 있다.


벽을 대고 있는 책상 끝에 스탠드 집게를 달았다. 방안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를 키니, 

"여기가 내가 찾던 방이구나!"

내가 월세까지 내가면서 집을 나온 이유를 찾은 기분이다.


나는 밤을 좋아한다. 집에서 나오고 싶었던 이유도 이 밤의 기운을 나 혼자서 즐기고 싶어서다. 혼자인 밤, 혼자인 방, 조명의 따듯함 하나만으로 나는 내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밤이 흐르는 공기는 천천히 하루 지친 기운을 회복시킨다.


조명 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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