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처럼 탐하지 말라.
나는 70살이 되는 생일날, 생을 마치기로 했다.
내 삶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마흔이 지난 어느 날, 사람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부터 탐욕스러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70살이 되는 생일날 생을 마치기로 했다. 난 크리스천이라 자살은 하지 않을 생각이고 대신 30년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살 날을 정하고 나니, 어느 날 문득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시간을 최대한 천천히 가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하루가 길다.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지루해 시간이 더디게 간다.
문학상을 받은 책을 읽거나, 오페라와 교향곡 같은 긴 클래식을 들으면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삶을 최대한 길게 느끼며 살고 싶다던 내 바람은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새 내 삶을 바꿔놓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변한다. 단순히 외모도 변하지만 성격도 변한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할 때 잘 변하지 않는 것은 외모나 성격이나 취향이 아니라 자신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가치관이나 신념 같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바꾸려 노력하다 보면 10년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람을 바꾸는 변화는 의식적인 노력보다는 무의식적인 습관이 크게 지배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자신이 싫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평소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빨리 시작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평소 잠이 많은 나는 일찍 일어나기 위해 10시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대부분 저녁 시간은 TV를 보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로 보내는 경우가 많고 그런 대부분의 시간은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빨리 잡아먹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보니,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삶의 형태는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고, 8시간 자는 삶이라고 여기는 나는 6시에 일어나기 위해 10시에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10시에 자는 습관은 들었는데 6시가 아니라 4시에서 5시 사이에 깨는 불상사가 생기게 되었다. 아주 피곤하지 않은 이상 사람이 8시간을 잔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다 보니 이렇다 하게 할 게 없는 고요한 시간을 이용해 묵상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건 바쁜 일상을 사는 도시인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세상에 현혹되진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
혼자 있을 때 대부분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 시간이 천천히 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다 보니 출근 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묵상 후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홀로 산책을 하다 보니,
사람은 혼자 걸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는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두 팔이 자유로워져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넓어진 활동범위는 다양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그중에 고기와 같은 단백질은 뇌가 커지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여기에 걷는 행위는 뒤꿈치에 받은 충격이 척추를 따라 뇌에까지 가는 지속적인 자극이 되어 뇌의 용량을 키워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순례를 떠났던 것이다.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 최대한 길고 지루하게 느끼는 것을 찾아 하기로 했다. 각종 문학상을 받은 책은 대부분 두껍고 지루하다. 오페라와 교향곡은 이해도 안 될뿐더러 복잡해 머리가 지끈지끈하면서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고전을 즐기다 보니,
사람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자를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를 귀로 듣는 것이다. 글을 읽고 음악을 듣는 일련의 과정은 뇌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운 글과 복잡한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하는 만큼 듣게 된다.
음식을 남기지 않게 되었다.
고작 10년 가까이 좋은 습관을 들여 얻은 것이라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 다들 실망을 한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고, 음식을 귀하게 여겨 남기지 않으려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을 알게 된다. 그럼 식탐도 준다. 사람이 먹는 것을 자제할 줄 알면 생각보다 많은 욕심을 자제할 수 있는 인내력이 는다. 늘 풍족하다는 생각은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며 내게 주어진 것은 당연한 듯 여기게 된다. 쌀 한 톨 남김없이 싹싹 먹는 습관을 들이면 그 쌀 한 톨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된다. 아무리 거창한 식전 기도도 음식을 낭비하지 않고 싹싹 먹는 것보다 더 진실된 감사기도는 없다. 작은 것에 감사하다 보면 모든 것에 감사해진다.
5년을 더 살고 죽기로 했다.
"아빠는 70살까지만 살고 싶어." 딸아이가 11살이 되었을 때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참 손가락으로 계산을 하던 딸아이는 말했다. "에이, 너무 빠르다. 나 애 낳는 거까지 봐야지."
그래서 딸아이 애 낳는 거까지 보려고 5년을 더 살기로 했다. 새끼의 새끼는 더 이쁘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