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5년 4월, 평범한 출근길 지하철이었다. 취업이 쉽지않아 어느덧 월세를 걱정해야될 때 쯤, 기적같이 나를 불러준 회사였다. 감사한 마음으로 또 잘해보자고 다짐했지만, 두 달쯤 지나자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에 쌓였다.
잠이 부족한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나는 누구보다 잘 자고, 잘 먹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던 순간, 문뜩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공허한 표정의 사람들, 웃음 하나 없는 삭막한 공기. 무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다 이따금 이유 모를 분노가 서린 얼굴들.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목적지는 있을까.
분명 어디론가 향하지만 그 안에 영혼은 없어 보였다.
그때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스쳤다.
‘아, 나 또한 목적이 없구나.’
깨달음 이후, 연휴를 기회 삼아 내 삶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전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템플스테이를 떠올리며, 새로운 절을 선택했다.
그때 스님께 귀의를 제안받은 나로서, ‘절의 삶도 나쁘지 괜찮을 거 같은데’란 생각이 있던 차였다.
어쩌면 이번 템플스테이가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묘한 예감이 들었다.
첫 나흘은 휴식과 사색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 사색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귀의할 것인가, 해외로 떠날 것인가, 이곳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스님을 마주쳤다.
“바쁜가? 차나 한 잔 할까?”
“아뇨, 좋습니다.”
그렇게 내 모든 고민을 털어 놓았다.
목적을 잃은 이야기, 귀의와 해외 사이에서의 방황.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단순했지만 깊었다.
'다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사회가 있는 한 완전한 유토피아는 없구나'란 깨달음을 얻았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진정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자.’
무렵 우연히 모집 공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영성·철학상담학과 석사 모집 중.
유레카!
이거였다.
세상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의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나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