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석사생이 개발공부하면 어떻게 되려나

일론머스크는 기업 4개를 운영하는데

by 신형중

가끔 나의 다른 세계선은 어떨지 궁금하다.

원래는 이과-공대로 개발자로 잘 먹고 잘 살 팔자였다(아마도). 그러나 갑자기 체대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모두가 말렸지만 그대로 단행. 그리고 풍파를 겪었다. 내향형 100%인 사람에게 단체생활이라는 시련이 주어졌다. 우울증에 스트레스로 피부가 뒤집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근데 또 그땐 우울증인줄 몰랐다. T 100%로서 햇빛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비타민D를 주문하던 나였다..) 어쨌든 시간은 지났고 견뎌내니 강해져 있더라. 물론 그 강함에 해병대도 한 몫했다. 미쳤다고 해병대를 갔고 거긴 더한 곳이었다. 비효율을 견디지 못하는 나인데 그곳은 비효율의 끝판왕이었다. 그리고 온갖 부조리와 청춘들의 욕망 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 나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그 덕분에 사회성이 생겼다. 아니었으면 개발자로서 인간보다 AI와 소통을 잘하는 사람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체대와 해병대라는 모진 고문(?)에서 나오는 인간성은 어딜 가나 예의 바르고 반듯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렇다고 서글서글하게 사람을 대하진 못한다. 할 순 있으나 엄청난 에너지 소모다.. 사실 사회성이 생긴 거지, 사회생활을 잘하는 건 또 아니다(만약 체대를 안 갔더라면 어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어쨌든 인생을 틀었지만 본능으로 회귀하는 것일까. 요즘 개발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철학이라는 정답 없는 문제를 풀고 있어서일까. 실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수학 문제를 풀기도 했다. 나도 참 정상은 아닌 거 같다.

대학원생이 딴 거할 시간이 있겠냐 싶지만 일론 머스크는 무려 기업을 4개나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확실치 않음. 테슬라, 스타링크, 스페이스x, 뭐 하나 더 있지 않았나). 물론 내가 일론은 아니지만,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2개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인생은 어차피 도전이다. 철학이 본질을 묻고 있지만, 나는 그 본질로 세상에 기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말로만 이랬네 저랬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니체나 쇼펜하우어처럼 사람들의 삶에 이정표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야먕을 펼치고 싶다. 말 한마디의 위력보다 전기차 시대가, AI 시대가 더 큰 영향력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

일론머스크가 말하는 1원리도 어떻게 보면 철학이다. 본질적으로 하나 하나 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전략. 철학에서 밥먹듯이 하는 구조다. 어쩌면 나는 이런 부분을 배우기 위해 철학상담에 온 건가 싶다.

세상에 영향을 주고 싶다는 욕망.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내 철학. 열심히 펼쳐가자.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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