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모임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바로 어제 연말 회고 모임을 다녀왔다.
회고는 매일 같이 하고 있지만, 연말 회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잘 살았나 돌이켜봄으로써 미래를 점검할 수 있다. 왜 점검이란 단어를 썼느냐 묻는다면, 나는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된다고 느낀다. 과거에 왜 이런 걸 하고 있지라며 당시엔 이해할 수 없던 경험들이 지금에 와서야 도움이 될 때가 있으니. 그래서 지금은 이해 안 해도 뭔가 주어진 기회들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지식이 많으니 자꾸 딴 길로 샌다. 지식이 지혜면 좋으려만..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가끔 보던 유튜브 채널 주인장이 회고 모임을 열길래 냉큼 신청한 거였다. 시험과 기말페이퍼가 홍수처럼 나를 덮치고 있지만, 그럴 때 일 수록 이런 리프레시는 필수다.
일회성 회고 모임으로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이런 모임의 장점은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공무원이지만, 휴직하고 국악에 도전하시는 분도 있었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분도 있었다. 또 대학생 신분으로 반도체 회사에 들어간 이도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나랑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도 있더라. 자유를 사랑하는 나인데, 나 보다 한 발 앞서 그런 삶을 추구하고 계셨다.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에서 모은 돈(주식이 잘 돼서 불어났다고)으로 여러 군데 여행을 다니더라.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삶을 전해 듣고 배우고 있다고 했다.
나도 대학생 때부터 마음으로 원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삶이다. (사실 자퇴하고 싶었으나 두려움에 이도저도 아니게 다녔다.. 물론 그 때문에 지금 철학 상담에 올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인생이란 게 어떤 문을 열 것인가의 선택인 거 같다. 문 너머 유토피아가 펼쳐져있는 거 같아도 그 안에서 늘 새로운 고통은 따른다. 그저 얼마나 감내할 수 있으며 그 길이 얼마나 즐거운 길인가에 따라 다르다. 똑같은 길이어도 누구에게는 지옥이고 누군가는 인내의 달콤한 열매다) 아무튼 그렇게 삶을 배우다 이거다 싶을 때 올인하려는 계획에 있더라.
그래서 번호를 물어봤다. 왠지 동반자란 느낌이 들었는데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더라. 여기서 로맨스로 갔으면 이 글을 읽어주는 분들(독자라고 하고 싶었으나 뭔가 오글거리고 내가 그 정도인가 싶어서 대체)에게 작은 즐거움이라도 될 수 있었겠지마, 아쉽게도 같은 남자였다. 아무튼 미래가 궁금해지는 사람이다. 시험이 끝난 후 한 번 보기로 하여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겠다.
회고를 통해 나의 거대한 여정이 이해되었다. 나는 돌고 돌아 상담/코칭의 길로 들어섰다.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비전이 만났다. 체대를 나오고, 공공기관 인턴과 영업관리를 거쳐 헤드헌터와 콘텐츠 작가, AI서비스 운영 인턴으로 마친 커리어. 언뜻 보면 사방팔방으로 튀어있는 커리어가 갑자기 연결되며 나만의 길로 작용하고 있다. 체대 덕분에 극 내향인이던 내가 사람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대학원에 알바에 이런 모임까지 다닐 체력이 갖추어졌다. 또 영업관리를 하며 내가 원하는 기업 상을 알게 되었고 헤드헌터, 작가를 거치며 현재 커리어 상담 직무로 한 회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원하는 길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왜 사람들은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길로 가지 못할까란 생각에 철학 상담을 시작했고, 강의를 다니며 세상에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는 소망에 다가서고 있다.
열심히 헤맸지만, 오히려 그만큼 내 땅이 되었다. 이젠 다져진 토양 위에 쌓아 올릴 시간이다. 나무 같은 삶을 살 줄 알았으나, 나는 산이었구나.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해주는 대지였구나. 이제 태산이 될 미래로 나아가자.
10년 뒤에는 세상이 나를 찾을 것이다. 그런 삶을 위해 열심히, 그러나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