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일반적으로 겨울철 별자리는 동지에서 입춘 사이에 북반구 하늘에서 저녁 9시경 북쪽을 향했을 때 잘 보이는 별자리를 의미한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겨울철에 보기가 편한 위치가 되어 보이는 것이다. 여름에도 보이지만 낮방향에서 보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오리온자리는 적경 05시 55분 10.30536초, 적위 7도 24분 25.4304초이다. 형태는 적색 초거성이고 분광형은 M1~M2 Ia~ab형이다. 거리는 불확실해서 408~548광년으로 추정된다. 태양과 비교하여 반지름은 640~764배, 질량은 14~19배 정도이고 평균온도는 3600~3800K 정도 된다.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겨울별자리는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큰 개자리와 작은 개자리 그리고 오리온자리가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오리온자리인데 사다리꼴의 중앙에 세 별(삼태성)이 있는데, 위에서부터 δ(델타), ε(입실론), ζ(제타) 별로서 각각 2.23등, 1.69등, 1.74등으로 밝다. 세 별의 바로 오른쪽 밑에는 육안으로도 빛의 확산을 볼 수 있는 오리온 대성운이 있는데, 태양에서의 거리는 약 1,500광년, 실제 크기는 지름이 30광년이나 되는 수소로 이뤄진 거대한 성간(星間) 물질 덩어리이다.
이들 세 별을 에워싸고 바깥쪽으로 왼쪽 끝 붉은 α별 베텔게우스(분홍 별표, 0.2등에서 1.2등까지의 변광성),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위쪽에 푸른 γ별 벨라트릭스(1.64등), 오른쪽 아래로 푸른빛의 β별 리겔(0.13등), 베텔기우스 아래쪽에 역시 푸른빛의 k별 사이프(2.07등)의 네 별이 크게 사각형을 그리고 있다.
잘 아는 이야기지만, 이러한 별자리는 지구에서 보고 그 배열로 그럴듯한 신화와 그림을 덧붙여 기억하기 쉽게 만든 것이다. 각각의 별은 서로 근처에 있지도 않고 태생적으로 같지도 않고 전혀 상관없는 존재들이다. 위의 별의 등급은 겉보기 등급으로 실재 밝기는 아니고 지구에서 눈으로 보이는 밝기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기원전 135년경 히파르코스가 1~6등급으로 정했고 가장 잘 보이는 게 1등급, 간신히 보이는 게 6등급이다. 이후 체계화되면서 1등급이 6등급의 100배의 밝기로 가지도록 정의되었다. 값이 작을수록 별은 밝다.
오리온을 이루는 별 중에 베텔게우스(Betelgeuse, 바이어 명명법으로 표기하여 α Orion)는 하늘에서 태양을 제외하고 가시광선 영역에서 10번째로 밝은 별이고, 적외선 영역에서는 가장 밝은 별(-4.4)이다. 베텔게우스는 뚜렷하게 붉은색으로 빛나며, 겉보기 밝기가 0.2등급에서 1.2등급까지 바뀌는 반규칙 변광성이고, 1등급 별 중 밝기 변화가 가장 큰 별이기도 하다. 베텔게우스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별 중 하나이며 겨울의 대육각형 중심부에 있는 별이기도 하다.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진화의 단계가 거의 끝나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적외선으로 내뿜고 있기 때문(가시광선은 13%의 에너지만 방출)이다.
베텔게우스는 가장 확실한 초신성 후보
베텔게우스가 유명한 이유는 우리 은하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초신성 폭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인류는 다른 은하에서의 초신성 폭발은 본 적이 있어도, 지난 400년 동안 우리 은하에서는 폭발을 목격한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관측된 우리 은하의 초신성 폭발은 1604년 10월 9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등이 관찰한 뱀주인자리 케플러 초신성 폭발이었다(선조실록 37년(1604)에 기록되어 있음).
초신성은 신성(nova)보다 에너지가 큰 별의 폭발을 의미한다. 즉 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초신성이 생기면 그 밝기가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폭발적인 방사능을 내뿜는다. 어두워질 때까지 수주~수개월이 걸린다. 이 짧은 시간 동안 태양이 평생 방출하는 에너지를 쏟아낸다. 따라서 옆에 있다면 당연히 모두 죽는다. 폭발의 충격파는 30,000km/s에 이르고 주변이 초토화된다. 그 후 그 자리에는 팽창한 행성의 껍데기의 가스와 먼지만 남는다.
초신성은 I형과 II형으로 나뉜다. I형은 스펙트럼에 수소선이 나타나지 않는 초신성으로, 주로 백색왜성의 폭발로 발생한다. 이중 Ia형은 초거성 옆의 쌍성 백색왜성이 가스를 흡수하여 태양질량의 1.44배인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 질량을 초과하는 순간 발생하는 초신성 폭발이다. Ia형 최신성 폭발은 많은 의미를 가지는데, 일정한 광도를 가져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항성이다. 현대 천문학(가장 먼 은하까지의 거리, 우주의 나이, 우주의 가속팽창, 암흑에너지의 존재 등)은 Ia형 초신성 폭발에 따른 가정에 기초해 이루어져 있어 이것이 무너지면 천문학은 허물어진다. (그런데 최근 제임스웹 망원경의 조사결과 Ia형은 매우 적은 비율이라고 한다). II형은 스펙트럼에 수소선이 나타나는 초신성을 의미하는데, 질량이 태양의 8배 이상인 큰 별의 붕괴로 생기는데 폭발 밝기의 변화가 다양하다.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며 태양 10억 개 밝기로 빛난다고 한다.
별은 그 크기와 수명이 반비례한다. 크기가 태양보다 큰 항성은 수소를 핵융합해 헬륨을 만든다. 이 과정은 대략 1500만 년 정도 걸린다. 이후 헬륨이 핵융합하여 탄소를 만드는 과정은 수백~수천 년 내에 이뤄진다. 다시 탄소가 핵융합되어 산소, 마그네슘, 네온으로 변환되는 시간은 100년 이내이다.
베텔기우스의 밝기 변화 소동
그런데 2020년 베텔게우스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 후에는 다시 광도를 회복했다. 잘 알려진 적색 초거성인 베텔게우스는 약 2200일, 420일, 230일, 185일의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9~2020년의 밝기의 변화는 이러한 주기의 변화의 폭을 초과하는 변화였다. 따라서 천문학자는 드디어 베텔기우스가 폭발한다고 흥분했다.
일반적으로 초신성은 폭발하기 전에 표면에 있는 원소들을 흡수하면서 최후의 발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래서 이번 광도의 변화도 그런 과정이 아닌가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하던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자, 학자들은 그 이유를 찾아 나섰다. 미구엘 몽타르제스 프랑스 파리과학인문대(PSL) 파리천문대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베텔게우스를 관찰한 결과 일시적으로 빛을 잃은 현상은 베텔게우스의 표면 온도가 국지적으로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먼지구름이 표면을 가린 결과라고 2021년 6월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2024년 3월 미국변광성관측자협회(AAVSO)는 베텔게우스 별이 1월 말 이후 약 0.5등급 어두워졌다고 보고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베텔기우스 내의 탄소가 거의 고갈됐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 H. Saio 등(2023)에 따르면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현재의 베텔기우스의 상태를 대입해 본 결과 중심에 탄소의 함량은 0.67% 정도만 남아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를 아래 그래프에 대입해 보면 탄소 12가 거의 0에 가까워지면 10~100년 이내에 초신성폭발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따라서 베텔게우스까지의 거리(500광년 내외)를 감안한다면 현재시점에서 이미 초신성폭발이 일어난 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좋게 말하면 내일이라도 초신성폭발이 우리 눈에 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잘하면 50년 내에는 50%의 확률로 근사한 우주쇼를 보게 되리라 생각된다.
2023년 미국 어버너-섐페인 일리노이대학에 따르면 물리학 교수 브라이언 필즈 박사 연구팀은 약 3억 5천900만 년 전 데본기와 석탄기 사이에 발생한 대멸종의 원인이 초신성 폭발일 가능성을 연구한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데본기와 석탄기 경계 때 형성된 암석들이 자외선에 탄 것으로 보이는 수십만 세대에 걸친 식물 포자를 포함하고 있어, 이 시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수십 세대의 식물 포자가 자외선에 탔다는 것은 오존 고갈이 오래갔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즈 교수는 "대형 화산폭발이나 지구온난화 등 지구에서 발생한 참사도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지만 시기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면서 "지구에서 약 65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하나나 그 이상의 초신성 폭발이 장기적인 오존층 손실을 가져왔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운석 충돌이나 태양 폭발, 감마선 폭발 등 오존층 고갈을 야기할만한 다른 천체 사건도 검토했으나, 데본기 말기에 이뤄진 것 같은 약 30만 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친 오존층 고갈을 초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신성 폭발을 입증하는 열쇠는 대멸종 시기에 형성된 암석이나 화석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플루토늄(Pu)-244나 사마륨(Sm)-146 등을 확인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만약 베텔게우스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면 인류는 400년 만에 가장 가까운 초신성 폭발을 보게 될 것이며, 그 폭발은 너무나 엄청나서 지구에서 보면 반달정도의 밝기로 낮에도 3~4개월 정도 누구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계에서는 초신성은 위대한 천문학자가 있을 때만 폭발한다는 농담이 있다. 400여 년 전에는 튀코 브라에와 요하네스 케플러가 있었다. 지금은 위대한 천문학자가 누가 있는지 합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 농담에 따르면 아직 폭발하긴 일렀다.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모르는 위대한 천문학자가 어딘가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있을지 말이다. 어쨌든 운이 좋다면 우리는 정말로 근사한 우주쇼를 볼 운명인지도 모른다.
1. Brian D. Fields, Adrian L. Melott, John Ellis and Brian C. Thomas , Supernova triggers for end-Devonian extinctions, PNAS, August 18, 2020, 117 (35) 21008-21010
https://doi.org/10.1073/pnas.2013774117
2. Hideyuki Saio, Devesh Nandal, Georges Meynet, Sylvia Ekstöm, The evolutionary stage of Betelgeuse inferred from its pulsation period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Volume 526, Issue 2, December 2023, Pages 2765-2775,
https://doi.org/10.1093/mnras/stad2949
3. Ian R. Brunton, Connor O'Mahoney, Brian D. Fields, Adrian L. Melott, and Brian C. Thomas, X-Ray-luminous Supernovae: Threats to Terrestrial Biospheres, The Astrophysical Journal, Volume 947, Number 2
DOI 10.3847/1538-4357/acc728
4. Mainak Mukhopadhyay, Cecilia Lunardini, F. X. Timmes, Kai Zuber, Presupernova Neutrinos: Directional Sensitivity and Prospects for Progenitor Identification, The Astrophysical Journal, 899:153 (12pp), 2020, Agu. 20, https://doi.org/10.3847/1538-4357/ab99a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