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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특별한 호수, 울진 연호지

7번 국도 지질 답사기

by 전영식

호수가 잘 발달된 유럽이나 일본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호수는 그리 주목받는 여행지가 아니다. 하지만 서해안과 동해안 호수의 차이를 알면 의외로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의 호수는 농업용 저수지가 다수였다. 의림지, 벽골제 등이 그것이다. 경제개발과정을 거치면서 전기와 용수, 수해 방지를 위해 댐을 건설하면서 대규모 호수가 만들어졌다. 춘천의 소양호, 충주의 충주호, 대전의 대청호, 안동의 안동호가 그것이다.


연호근린공원_울진군.jpg 연호근린공원, 출처: 울진군청


자연호수는 동해안에 많은데 북쪽에서부터 큰 것을 보면 송지호, 영랑호, 청초호, 경포호가 있다. 모두가 모래퇴적물이 하구를 막아 만들어진 석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릉 이남에는 호수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울진까지 오면 하나가 보이는데 그것이 연호지이다. 연호지는 동해안의 호수지만 석호는 아니고 오히려 창령 우포습지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져 더욱 궁금증을 더한다.


연호지 지도 _네이버.jpg 울진읍의 지도, 출처: 네이버 지도

연호지는 울진군청이 소재한 울진읍에 있는 약 46,123㎡ (13,952평, 축구장 6.5개 정도의 넓이) 규모의 담수호이다. 국도 7호선이 동쪽을 지나가고 울진의료원, 울진과학체험관, 연호공원이 접해 있다. 1984년 발행된 울진군지에 따르면, 본래 연호가 있던 자리는 고(高)씨가 살던 마을인데 마을땅이 꺼져 늪이 되었다고 하여 '고성(高性) 늪'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잉어, 붕어, 뱀장어 등이 많았고, ‘평포십리(平浦十里)’에 부용(芙蓉)이 만발했다 “고 했는데 ‘한 옛날에는 염어선(鹽漁船)이 오르내렸다’고 하여, 소금을 실은 배가 연호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연호지, 좌측의 근린공원과 우측의 수문이 보인다. ⓒ 전영식

연호는 남대천의 지류 중 연호천과 봉오천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 물은 울진군청이 있는 남대천 좌안으로 합류한다. 합류지점에서 남대천은 2km를 흐른 후 동해로 들어간다.


연호지의 생성 메커니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연호지는 남대천의 배후습지성 호수이다. 배후습지성 호소는 대하천의 하류 구간으로 흘러드는 지류의 강바닥에 형성되는 소택지(습지의 한 형태)이다. 이는 주로 큰 하천에서 주로 발견되고, 동해안과 같이 하상경사가 급하고 유로연장이 짧은 구간에서는 범람원의 발달이 미약해서 자연제방이나 배후습지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배후습지의 대표적인 예는 낙동강의 창녕 우포늪이다. 따라서 연호는 동해안에서 발달하기 힘든 보기 드문 배후습지성 호소로의 특징을 잘 갖고 있다.


우포늪, 위키미디어: SEUNGMIN WOO


배후습지성 호소는 과거 빙하기 동안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하천은 더 깊이 삭박작용을 하여 깊은 침식곡을 형성하게 된다. 이후 빙하기가 끝나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깊은 침식곡으로 역류하여 들어왔을 것이다. 이때 하천의 침식곡은 점차 퇴적물에 의해 매립되면서 사라지게 되는데 연호가 그 과정에 있는 호소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지류는 본류에 비해 유로가 짧기 때문에 하구로부터 동일한 거리에서는 지류의 하상(강바닥)의 높이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하상이 매립되면서 본류와 지류 사이의 하상높이가 역전되어 지류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그 위치에 배후습지성 호소가 만들어진다. 이 호소는 시간이 충분히 흘러 하천이 평형상태를 이루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울진읍 연호지 시대별 개략도.jpg 울진읍내의 지형 및 연호의 변화, 출처: 우승현(2016)

위 개략도에서 보듯 시가지의 동쪽으로의 발달에 따라 지속적인 치수대책과 인공제방의 축조로 연호의 면적이 인공적으로 크게 축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울진농협 본점 근처에서도 낚시질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지금 그 위치는 읍내 한가운데다. 따라서 이 지역은 계획홍수위를 넘는 비가 오면 범람이 이루어져 침수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하겠다.


20251212_073039.jpg 울진교에서 공세항 방면으로 바라본 남대천 하류, 앞의 월변교를 지나 350m 하류에서 봉호천이 합류한다, ⓒ 전영식
연호지 ⓒ 전영식


울진의 지질


울진의 지질은 크게 선캄브리아기 원남층, 화강편마암, 장군석회암, 페그마타이드-반화강암, 신기화성층으로 구성된다. 연호지 인근의 지질은 선캄브리아기 화강편마암과 중생대 백악기의 페그마타이트-반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침식 강도가 큰 화강편마암은 남대천 인근에 50~60m 구릉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 사이로 여러 수계가 통과하고 있다.


울진 지역의 지질을 큰 덩어리인 지체구조로 보면 영남지괴에 해당한다. 동해안의 영남지괴는 삼척시 맹방해변에서 울진군 평해읍까지가 해당된다. 영남지괴는 낭림육괴, 경기지괴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요 기반암층을 구성한다. 어떻게 보면 울진은 북쪽 삼척의 옥천대, 남쪽 영덕의 경상계 사이에 끼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미난 것은 울진의 행정구역도 비슷한데, 강원도와 경상북도 사이에 위치해서 1963년 강원도에 속해 있던 것이 경상북도 관할로 넘어왔다. 현재 2읍 8면 1 출장소 체제로 울진과 평해에 읍사무소가 있어 각각 북부와 남부의 생활 중심지를 형성하고 있다. 평해읍은 과거 평해군으로 규모가 컸지만 지금은 울진읍에 비해 인구, 경제규모가 작다.


20251212_145310.jpg 경북동해안지질공원센터, ⓒ 전영식


따라서 동해안 국도 7호선을 여행하는 경우, 울진은 중요한 지역으로 특별한 지질과 자원 등으로 눈에 띄는 지역이다. 울진 주민이나 출향민들도 이러한 특징에 관심과 자부심을 갖는다면 지역발전의 기초가 되리라 생각해 본다. 최근 성류굴 앞에 경북동해안지질공원센터가 오픈하여 간략하지만 지역의 특색 있는 명소와 암석을 소개하고 있고, 해설사가 상주하여 설명해주고 있으니 찾아볼 만하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참고문헌


1. 우승현, 경북 울진 연호의 지형적 특징,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22권 제1호, 2016, p.211~224

2. 울진도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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