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오리온도 배관이 문제!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2026년 4월 1일 발사된 아르테미스 II의 오리온이 순항하고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인간을 달에 보낸 이후 달궤도로 보내는 첫 유인우주선이다. 4명의 다국적 다인종 다성별 우주인으로 구성된 승무원은 잘 지내는 모습이다. 단 이번 비행의 미션은 달에 착륙하는 것은 아니고, 이후 착륙선이 착륙할 위치를 살펴보는 플라이바이 비행(달 근접거리 6513km)을 할 예정이다. 무사히 귀환하면 당분간 가장 멀리 다녀온 인간의 지위에 오를 것이다.


Trajectory for Artemis II.JPG 아르테미스 II의 임무 지도, 출처: NASA


아르테미스(Artemis)는 미국 NASA 주도의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이자 아폴로의 쌍둥이 동생인 '아르테미스'에서 따왔다. 단계별로 진행되는데 2022년 1호가 무인으로 오리온 우주선을 달 궤도로 다녀왔고, 이번 임무 후인 2028년경 3호가 달의 남극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사체(SLS)를 제외한 우주선을 오리온 다목적 유인 우주선(Orion Multi-Purpose Crew Vehicle, MPCV)이라고 부른다. 지름 약 5m, 높이 약 3.3m, 내부 가압공간은 9㎥로 소형버스 크기의 원뿔형 구조다. 오리온은 크게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위쪽에서부터 발사 중 긴급 탈출을 위한 발사 탈출 시스템(Launch Abort System), 승무원이 탑승하는 생명유지장치가 설치된 크루 모듈(Crew Module) 그리고 추진, 전력, 생명유지지원을 담당하는 유럽서비스모듈(Europe Service Module, ESM)이다. EMS은 에어버스가 만들었고, 나머지는 록히드마틴이 제작했다.


artemis II Orion 구성도.JPG 오리온 우주선의 구성, 출처: NASA


우주 배관공의 탄생


artemis III UMWS.jpg 오리온에 설치된 화장실과 설비 설명, 출처: 캐나다우주국 유튜브, NASA

그런데 3일 NASA에 따르면 발사 직후 우주선 화장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여러분도 집 화장실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상황인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시라. 문제는 무중력 상태에서 소변을 흡입하는 팬이 멈추면서 정상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배설물이 중력방향으로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수세식도 아니니) 공기압으로 흡입해줘야 한다. 이때 적절한 압력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상상해 보시길...).


소변과 대변은 각각 분리 처리되는데 소변은 모았다가 일정기간에 한 번씩 우주로 방출폐기되고 대변은 밀봉하여 지구로 가지고 온다. 단기 비행(10일)이기 때문에 소변을 걸러서 수분을 재활용(식수화)하거나 대변을 감자 비료로 쓸 계획은 없는 듯하다.


450억 원을 드려 만든 화장실이 고장 나자, 일부 승무원(누군지는 안 나온다)은 깔때기와 비닐봉지 형태의 보조 소변장치를 사용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유일한 여성승무원인 크리스티나 코크는 자신을 '우주 배관공'이라고 부르며 오리온 내 화장실을 고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랑했다.


배관 고장으로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망신


640px-USS_Gerald_R._Ford_(CVN-78)_underway_on_8_April_2017_U.S. Navy.jpg USS Gerald R. Ford (CVN-78), 출처: 미국 해군

2017년에 취역한 제럴드 R. 포드함(Gerald R. Ford Aircraft Carrier, CVN-78)은 세계 최신, 최대의 항공모함이다. 20조 원이 넘는 건조비용으로 700MW급 가압수형 원자로를 2기 탑재하였고 연료를 채운 후 퇴역할 때까지 연료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최신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한창일 때, 비전투적 원인으로 작전구역을 벗어나 수리하러 그리스 크레타섬의 수다만 해군기지(Souda Bay Naval Base)로 회항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12일 홍해 항해 중 발생한 세탁실 화재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화재의 완전 진압 및 정리에 30시간이 넘게 걸렸고, 승조원 2명이 부상에 200명 이상이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승조원의 10%가 넘는 600명의 승조원이 복도나 바닥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포드함급 항모의 초도함이긴 하지만 포드함은 건조 초기부터 배관 시스템의 잦은 막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해안 배치 시 650개 화장실의 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 시스템 배관이 망가져, 4500명의 승조원이 45분씩 줄을 서야 했다고 한다. 2025년 6월에 작전 투입되어 11월경 귀항했어야 하나, 기한을 넘기고 대통령이 이리저리 보내면서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는 모양이다. 이번 항차 승무원에게는 특별 보너스나 훈장을 주어야 사기가 올라올 것 같다.


AI 데이터 센터가 배관공을 빨아들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협박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대규모 대미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반도체, AI분야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당연히 자동차나 소매 분야에 투자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시작되면서 배관공, 전기공 등 기술직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급여는 부르는 게 값이고, 그나마 구하질 못해 공사는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마이클론(Micron)이 뉴욕주 중부 오논다가(Onondaga) 카운티 클레이(Clay)에 건설 중인 공장은 2026년 1월에야 시작됐다. 착공이 2~3년 늦어졌고 완공도 늦어질 전망이다. 원인은 먼저 착공한 인근의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에서 인력과 자금을 빨아들이는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 현상을 꼽고 있다. 다른 지역에 건설 중인 TSMC, 삼성전자도 계획보다 1~2년 늦어질 전망이다.


* 구축효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지출이 금리를 올려 민간 부문의 위축을 가져오는 효과


또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기름을 부은 형국이라, 외국 노동자의 미국입국을 막고 있어 공사는 더욱 늦어지고 있다. 2025년 9월 초 현대차와 LG에너지 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들이 닦쳐 마구잡이로 체포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 됐다. 정상적인 공사를 위한 현지 기술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기를 맞추려고 한국기술자들이 파견됐는데 이를 불법으로 보고 단속한 것이다. 우리도 놀랐지만 미국도 놀랐다.




인류가 눈부시게 과학발전을 하면서 인공지능에다가 우주선 등 각종 첨단기기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수준은 SF 영화에 나오는 깔끔한 모습과는 아직 차이가 크다. 이제 겨우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정도라고나 할까. 우리가 생활에서 누리는 편의시설이나 장치를 우주에서 누리기는 좀 더 시간이 걸려야 할 모양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일을 AI와 로봇이 해줄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도 문제는 배관공, 전기공, 용접공 등 기초 기술자의 부족으로 생기고 있다. 자금과 관심이 집중하는 분야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3D 업종에는 점점 인력이 메말라 간다. 어느 나라나 고령화됨에 따라 숙련공은 은퇴하고 그 기술이 전수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당분간은 이들의 몸값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라도 눈을 돌려 기술을 배우는 것이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미국 여기저기에 우후죽순처럼 짓다만 공장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하옇튼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예측불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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