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지구과학 이야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항복하지 않으면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로 사람들은 아마도 석기시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석기시대는 돌을 주요 도구로 사용한 시대를 의미한다. 청동기, 철기가 없는 것이 석기시대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석유와 전기가 없는 세상을 말하는 것 같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일상생활도 안되고 산업도 안 돌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2025년 스페인 정전으로 잘 알고 있다. 혹자는 지금도 반도체를 쓰는 석기시대라고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도구는 없다. 고고학적으로 석기시대의 유물을 살펴보면 가장 선호되는 암석이 있었으니 석기시대에 인기 높았던 핫한 암석 이야기를 해보자.
석기시대, 특히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석기를 제작하는 데 가장 선호했던 암석은 깨졌을 때 날카로운 단면을 형성하고, 가공하기 쉬운 성질을 가진 암석들이다. 대표적인 암석들은 다음과 같다.
흑요석 (Obsidian)은 '구석기시대의 첨단 재료'로 불리며, 유리질 화산암이다. 깨질 때 매우 날카로운 면(패각상 단구)을 만들기 때문에 날카로움이 필요하던 석기시대에 단연 히트 아이템이었다. 마치 유리같이 날카롭게 깨지는 단면이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에는 흑요석을 이용하여 수술도 했으리라고 추정된다. 칼, 창촉, 화살촉 등 도구 제작에 이용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날카로움이 오래 유지되지는 못한다. 날이 쉽게 부수어지기 때문에 도끼 같이 힘이 가해지는 도구에는 사용이 적합하지 않다. 고기나 가죽을 자른다던지 하는 세밀한 절개작업에 오히려 유리하다.
주목할 사실은 석기시대에 흑요석이 무역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유적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흑요석은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기 때문에 화산지역에서 특징적으로 산출된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 인근의 흑요석이 유명한데, 공주 석장리 유적, 대구 월성동 유적, 강원 하화계리 유적, 전곡리 유적, 부산 동산동 패총 등 전국에서 발견되었다. 흑요석은 구석기 후기부터 신석기시대에 널리 사용되었다.
일부 흑요석은 바다 건너 규슈에서 산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흑요석이 원거리 무역이 될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전남 장흥 신북 유적(3만~2.2만 년 전)에서는 고시타케(越岳) 원산지 흑요석 2점과 하리오(針尾) 원산지 흑요석 1점이 확인되었다(Kim et al. 2007). 이 밖에 보성강 일대 유적, 제주 고산리 유적(1.2만 년 전), 김해 수가리 패총에서 발견된 흑요석도 일본산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직 일부 흑요석 유물에 대한 원산지만 밝혀졌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모르는 흑요석 산지가 한반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잘 살펴볼 일이다.
부싯돌/플린트 (Flint/Chert)는 미세한 결정질 석영으로 이루어진 퇴적암으로, 흑요석과 마찬가지로 깨졌을 때 매우 날카로운 날을 만들 수 있어 도구 제작에 널리 사용되었다. 석회암이 쌓은 층에서 규소 성분들이 모여서 괴상의 집합체를 이루는데 이것이 플린트이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석회암 지역에서 밭을 개간하며 주워내는 돌 중에도 플린트가 발견되기도 한다.
1991년 9월 알프스 산맥 외츠계곡에서 발견된 냉동 미라 '아이스맨 외치(Ötzi)' 청동기인(5300년 전)의 곁에서 발견된 석기인 화살촉과 단검은 플린트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플린트 덩어리를 벗겨 쳐서 날카로운 날을 세운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청동기 시대라고 모두 청동기로 갖추기는 어렵다.
단검와 화살촉 등에서는 최소 4명의 다른 사람의 DNA가 분석되었다. 또 외치의 왼쪽 어깨에는 화살에 맞은 상흔이 보인다. 도망치며 알프스를 넘었던 외치는 추격자에 맞서서 싸우다 죽었거나, 용서받지 못한 행동을 하다 도망가다 발을 헛디뎌 얼음에 빠졌거나, 동료들에 의해 장례가 치러졌을 수도 있다. 석기를 통해 순탄치만 않았을 청동기인 외치의 일생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석영암 또는 규암 (Quartzite)은 특히 후기 구석기시대 유물에서 도구 제작에 가장 많이 사용된 재료 중 하나로, 한반도 구석기 유적에서 도구 제작(몸체)에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규암은 석영이 많은 사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름 그대로 석영(硅)이 주성분인 암석(岩)이다. 그만큼 강도가 크다. 따라서 마제석기(간석기)의 원석이 아니라 타제석기나 마제석기를 만드는 망치 같은 용도로 쓰였다. 우리가 흔히 차돌이라고 부르는 하얀 자갈의 원석이 규암이다.
우리나라의 규암은 주로 시원생대의 오래된 변성암 지대와 고생대 조선누층군 지역에 넓게 분포하며, 풍화에 강해 백령도 두무진, 옥천 변성대와 영남육괴 경계부인 영암, 영산포, 경기지괴 서산층군, 고생대 조선누층군 인 강원도 정선, 영월 등에서 해식 절벽이나 바위, 산봉우리 형태로 나타난다.
슴베찌르개 같은 물건을 만들 때에는 결이 일정하고 날카롭게 깨져야 하기 때문에, 주로 규질셰일, 혼펠스(Hornfels) 같은 변성암도 많이 사용되었다. 그밖에 마제석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공이 쉬운 퇴적암들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인 응회암 (Tuff)도 인기가 높았다.
결론적으로 석기시대 인류는 단순무식하게 단단한 돌보다는 1) 날카롭게 쪼개지는 성질(조개껍질 모양의 패각상 단구), 2) 일정한 방향으로 깨지는 타격 용이성, 3) 구하기 쉬운 재료를 우선하여 도구로 제작했다. 흑요석, 플린트 및 규암은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훌륭한 재료이다.
석기시대가 되어도 도구 사용에 익숙한 우리는 반드시 도구를 찾아 헤맬 것이고, 문명의 기억을 잃고 다시 첫 발자국부터 떼기 시작한다면 중요했던 3가지 암석을 사들이거나 비축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돈 주고도 살 수 없고, 화폐시스템이 붕괴된다면 물물교환이 가장 확실한 거래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동력도 필요 없다. 석기시대가 오기 전이라도 이들 물건이 박물관 말고 우리 주변 어디에 많은지 알아본다면 혹시 모르는 석기시대에 훌륭한 재테크가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Kim J.C. et al. 2007, PIXE Provenancing of Obsidian Artefacts from Paleolithic Sites in Korea, Bulletin of the Indo-Pacific Prehistory Association, pp.122~128.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